부동산 정책 혼선, 신뢰 되찾을 열쇠는 현장에 있다
파이낸셜뉴스
2025.10.26 18:45
수정 : 2025.10.26 18:45기사원문
규정 잇단 수정에 '준비 부족' 지적
거래실태 점검 등 기본 돌아볼 때
정부는 당초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70%에서 40%로 강화하면서 대환대출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금리 조건을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형식상 신규대출인 만큼 LTV를 강화해 재산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과거 LTV 70%로 대출받은 사람이 대환을 시도할 경우 수억원의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환대출 LTV를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보유자산의 핵심이자 계층이동의 주요 수단이다. 이와 관련된 부동산 정책은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 전 해당 정책이 수요와 공급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철저히 점검하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촘촘히 준비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책 혼선이 잇따르는 것은 정부 대책이 그만큼 급조됐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겉으로는 부동산 안정을 외치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과 갭투자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사퇴했지만 진통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여권 인사의 갭투자, 야권 인사의 다주택 보유 문제를 두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실언과 정쟁으로 얼룩진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국민이 그들의 안중에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주간 부동산 통계는 투기심리를 과대 반영하고 왜곡된 수치가 다시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발표 주기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가 위주의 가격이 주간 단위로 발표돼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 통계에 손을 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런 조정 작업은 정부 대책을 만들기 전에 했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다가는 정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계 손질이 아니라 대책 자체를 재점검하고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내놓는 것이다.
10·15 대책 발표 열흘 만에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면서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졌다. 지금 정부는 거래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명확한 공급 시그널을 제시하는 등 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정책의 성패는 국민의 신뢰에 달려 있으며, 그 신뢰 회복의 열쇠는 언제나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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