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싱랠리 다음은?
파이낸셜뉴스
2025.10.26 18:46
수정 : 2025.10.26 18:46기사원문
현상유지를 위해선 끊임없이 달려야 하고, 이동하기 위해선 적어도 두배 이상 더 빨라야 한다. 1871년 영국의 작가이자 수학자 '루이스 캐럴'이 환상문학의 효시로 꼽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편으로 출간한 이 소설은 1996년 미국 스탠퍼드대 월리엄 바넷 교수의 공동 논문(조직진화 내의 붉은 여왕)에 혁신과 변화의 속도가 더디면 도태되는 '붉은 여왕의 효과'로 등장하면서 더 알려졌다.
의미를 확장하면 인플레이션 시대의 생존전략과 맞닿아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가 줄어든다. 더 일하거나, 보유자산의 가치유지를 위한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올 들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릴 것 없이 고공행진하는 에브리싱랠리도 같은 맥락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실물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금의 경우 내년에 온스당 5000달러 전망까지 나왔고, 주요국 증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탈출)를 촉발한 것은 기축통화국 미국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아메리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제성장세라면 부채도 상대적으로 별게 아니다. 부채보다 더 성장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돈(달러)을 더 풀어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미다. 유동성이 급증하면 물가상승이 부담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나랏빚의 실질가치는 하락해 미국의 대규모 부채(약 37조달러) 상환부담 역시 낮아진다. 여기에 금리인하를 이어가면 이자비용(연간 약 8800억달러)까지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미국이 노골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빚을 녹이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단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닐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정부의 부채는 약 300조달러에 달한다.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기진 않아도 적극적으로 어깃장을 놓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넘치는 유동성에 글로벌 시장의 전방위적 물가상승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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