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확장하면 인플레이션 시대의 생존전략과 맞닿아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가 줄어든다. 더 일하거나, 보유자산의 가치유지를 위한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올 들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릴 것 없이 고공행진하는 에브리싱랠리도 같은 맥락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실물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금의 경우 내년에 온스당 5000달러 전망까지 나왔고, 주요국 증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탈출)를 촉발한 것은 기축통화국 미국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아메리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제성장세라면 부채도 상대적으로 별게 아니다. 부채보다 더 성장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돈(달러)을 더 풀어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미다. 유동성이 급증하면 물가상승이 부담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나랏빚의 실질가치는 하락해 미국의 대규모 부채(약 37조달러) 상환부담 역시 낮아진다. 여기에 금리인하를 이어가면 이자비용(연간 약 8800억달러)까지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미국이 노골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빚을 녹이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단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닐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정부의 부채는 약 300조달러에 달한다.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기진 않아도 적극적으로 어깃장을 놓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넘치는 유동성에 글로벌 시장의 전방위적 물가상승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짚어보면 종국에는 시장의 충격파가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들이 꼽은 에브리싱랠리의 첫 사례는 1920년대다.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와 자동차, 가전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주요 자산 가격이 9년간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1929년 뉴욕증시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에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두번째로는 1986~1991년 일본의 버블경제 국면이다. 1980년대 경기활황으로 소득과 소비가 늘었지만, 자산가격 붕괴 이후 1990년대 초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다. 가장 최근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로, 랠리기간이 더 짧아졌다. 주요국의 역대급 양적완화로 2021년 말까지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이 역사적 고점을 높여갔다. 이후 정책 대응으로 열기가 식으면서 2023년까지 금융시장은 약세를 이어갔다. 공통적으로 자산가치가 뛰면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이 이어져 시장이 요동쳤다. '낫싱(nothing)랠리'로 귀결된 에브리싱랠리를 과열신호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분기점의 이정표는 물가상승과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현재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부담이지만, 이전과 달리 기업실적과 정책 모멘텀 등이 뒷받침돼 당분간 랠리의 지속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미국의 중국과 무역갈등,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 등 잠재적 변수도 면밀히 들여다볼 때다. 치솟는 자산가치에도, 전력질주에도 임계점은 있기 마련이다. 자칫 사점(死點)을 넘어서면 나무 밑에 머무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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