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레이건
연합뉴스
2025.10.27 13:21
수정 : 2025.10.27 13:21기사원문
[인&아웃] 트럼프와 레이건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요즘 말로 '리스펙(Respect·존경)'한다고 언급해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도 레이건 캠프에서 차용한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레이건 전 대통령의 후예이자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의 계승자라고 주장한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광고 중단을 약속했지만, 주말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광고는 계속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약속 위반이자 적대 행위"라고 했다. 포드 주지사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월드시리즈를 화제로 주고 받은 농담도 흥미롭다. 포드 주지사는 "다저스가 이기면 메이플시럽을 보내겠다. 관세 때문에 비쌀 것"이라 했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블루제이스가 우승하면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선물하겠다"고 화답했다. 차기 민주당 대선 잠룡인 뉴섬 주지사는 반(反)트럼프 선봉에 서있다. 정치와 스포츠를 매개로 한 블랙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집행한 관세는 일본 오토바이, 유럽 철강,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다. 그는 늘 "관세는 필요악이며, 장기적으로는 자유무역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경제 번영의 길로 믿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경제 회생의 해법으로 여긴다. 실제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관세를 경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로 내세운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믿은 것은 '미국의 위대함'이지만, 그 뜻은 사뭇 다르다. 하나는 개방의 위대함이고, 다른 하나는 고립의 위대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합리화해왔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자유무역과 동맹 강화의 정책을 진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로널드 레이건 재단은 "온타리오주 광고가 연설을 선택적으로 편집했지만, 완전한 왜곡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광고에 쓰인 음성은 레이건의 연설 일부였고, 그 맥락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