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를 생각한다
파이낸셜뉴스
2025.10.27 19:05
수정 : 2025.10.27 19:05기사원문
하물며 국민을 상대로 정책을 펼치고 입법을 하는 정부와 국회라면 말의 책임은 훨씬 더 무겁다.
우리 사회에서 '정책의 신뢰성' 확보는 오랜 숙제다. 그러나 최근 10·15 부동산 대책은 번복과 오류로 그 숙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음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세퇴거자금대출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겠다는 수정 방침을 내놨다. 앞서 금융위는 '6·27 대출'을 통해 수도권에 1주택을 가진 집주인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최대 한도 1억원으로 제한했다. 다만 6월 27일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소득에 따른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고위직의 부적절한 발언과 '갭 투자' 논란이 겹치며 여론은 싸늘해졌다.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이 느낀 온도는 달랐다.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의 언어가 현실과 어긋날 때, 정책의 신뢰는 흔들린다.
정책은 숫자 이전에 '언어'다. 시장은 완벽한 해답보다 일관된 신호를 원한다.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보완할 수 있지만, 정책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면 국민은 정부의 설명보다 소문을 따른다. 정부가 내일도 같은 말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권의 언어도 다르지 않다. 최근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보다 장면 연출로 채워졌다. 고성과 막말, '쇼츠용 윽박지르기'만 남았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본래 취지는 실종됐다. 국민 앞에서 쓰는 말이 가볍다면, 그 정치가 다루는 법안에 무게가 실릴 수 있을까. 정치의 품격은 언어의 품격에서 시작된다.
결국 정책의 신뢰이든 정치의 신뢰이든 출발점은 같다. 말의 무게를 세우는 것이다. 말이 가벼워진 자리에서 신뢰를 세울 수는 없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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