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 감원 확산… 트럼프 관세·AI 투자 확대로 고용시장 ‘한파’
파이낸셜뉴스
2025.10.29 09:50
수정 : 2025.10.29 09: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미국 기업들의 감원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운영비가 급증하면서, 대형 기업들이 속속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인프라 투자로 자금을 돌리며 '고용 동결(no-hire, no-fire)'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고용정보업체 ADP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민간 부문 고용이 3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노동시장 불안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앤디 재시(Andy Jassy)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부분의 해고자에게 90일간 내부 재배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회사는 AI 부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비용 절감을 병행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텔은 AI 반도체 경쟁에서 엔비디아(Nvidia)와 AMD에 밀리며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립부 탄 CEO는 "핵심 인력을 지난해 9만9500명에서 올해 말 7만5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조지타운대 매크도너 경영대학원의 제이슨 슐뢰처 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AI가 직접 일자리를 빼앗는다기보다는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 수요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고용보다 인프라로 자금을 돌리는 전형적인 '트레이드오프(trade-off)'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마존 외에도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는 올해 들어 약 4만8000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운영직 3만4000명, 관리직 1만4000명 등으로 이는 연초 예고된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 UPS는 동시에 미국 내 임차 및 보유 중인 건물 93곳의 일일 운영을 중단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전 세계 사무직의 약 8%에 해당하는 18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피델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의사결정을 느리게 하는 중복된 업무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타깃은 최근 11개 분기 중 9개 분기에서 매출이 정체하거나 하락세를 보였다.
스위스 식품 대기업 네슬레는 향후 2년간 전 세계에서 1만6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커피·코코아 가격 급등과 미 정부의 신규 관세 부담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데 따른 조치다. 네슬레는 여름철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석유 대기업 코노코필립스는 전체 인력의 20~25%에 해당하는 2600~3250명을 줄일 예정이다. 감원은 올해 말 이전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생활용품 대기업 P&G는 향후 2년간 전 세계 인력의 약 6%인 7000명을 감원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회사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며, 2026 회계연도에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슐뢰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공공과 민간 부문을 넘나들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모든 영역에서 장기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의 고용 둔화는 일시적인 경기 조정보다는 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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