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은 미용, 청구는 치료...병원의 '이중장부'
파이낸셜뉴스
2025.11.01 05:00
수정 : 2025.11.03 16:21기사원문
미용 목적 성형시술 후 질병·상해로 허위 조작
12개 보험사 기망해 약 1억7000만원 편취
무자격 의료기사 업무 교사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위치한 A의원은 원장 이모씨의 '손기술'로 유명한 성형외과다. A의원은 리프팅 시술부터 보톡스까지 미용 목적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로 늘 인산인해였다.
병원 운영의 실무적인 부분은 실장 김모씨가 담당했다.
김 실장은 직원 관리와 환자 상담, 진료차트 발급 등 병원 업무 전반을 관리했다.
능력 좋은 원장과 일 잘하는 실무자로 병원은 흥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A의원이 '리프팅 시술'을 '발목 염좌 및 긴장'으로 조작하는 병원임이 알려지기 전까진 말이다.
성형 후, 보험금은 '도수치료'로 청구
A의원이 흥행한 이유는 원장의 능력과 실무자의 친절함 덕분이 아니었다.
이 원장은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미용 목적 성형시술을 진행하고, '도수 치료' 등을 받은 것처럼 진료차트에 거짓으로 기재했다.이 원장과 김 실장은 수익을 얻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며 공모해 왔다.
이는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에게 미용 시술을 받게 하고, 이들이 가입한 실손보험으로 미용시술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질병·상해 등으로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손보험은 병·의원 및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하는 보험으로 보험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통원치료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준다.
병원은 이를 '새로운 영업 방식'으로 내세워 환자들을 끌어들이고, 환자들은 보험금을 통해 미용 시술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2021년 이 원장은 내원한 환자 K씨를 상대로 이같은 영업 방식을 홍보해 미용 목적 눈밑 지방 제거 성형시술을 받게 한다. 시술 후, K씨가 받은 진료비계산서에 계시된 진단명은 '옆구리 및 요추부 통증'이었다. 처방내역은 '운동 및 교정치료(도수치료코드)'로 진료차트와 진료비계산서를 거짓으로 발급했다.K씨는 이를 손해보험사에 제출하며 보험금 298만원을 수령한다.
실제로 미용시술을 하고도 보험 청구서에는 도수치료 등으로 기재되며 일종의 '이중장부'를 운영한 셈이다.
A의원이 진료차트를 조작한 환자는 K씨를 포함해 69명.
12개의 보험사를 기망해 보험금 1억7249만원을 편취했다.
자격증 없는 물리치료사
A의원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원장은 김 실장에게 물리치료사 자격을 가진 의료기사가 아닌 박모씨를 불러 도수치료를 시행하도록 지시하게 한다. 김 실장은 곧장 박씨에게 연락해 지시한다. 이 원장과 김 실장은 박씨의 무자격 의료기사 업무를 교사하며 이후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위반교사'로 기소된다.
박씨는 원장과 실장의 지시에 따라 환자들의 도수치료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박씨는 월 평균 약 3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으며 물리치료사 행세를 한다.
한 보험사의 의심으로 경찰이 조사에 나서며 A의원의 '흥행 이유'가 밝혀졌다.
이 원장은 사기, 의료법위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위반교사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실장과 박씨 역시 경찰 조사망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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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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