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베뮤' 과로사 의혹…추모 현수막 뒤로 관광객 '오픈런'

뉴스1       2025.10.31 06:30   수정 : 2025.10.31 06:30기사원문

30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 2025.10.30/ⓒ 뉴스1 유채연 기자


권영국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 앞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 청년 노동자 과로사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일본에서도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이어서 왔다.

"


인스타그램에서 '런던베이글'을 보고 왔다는 일본인 40대 여성 관광객은 "과로사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는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유명 베이커리 체인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주 80시간에 이르는 격무 끝에 과로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런베뮤 본점인 안국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아직 의혹이니까' 여전히 '성황'…"한국에는 근로 시간 규정 없나" 의문도

30일 오전 8시 30분에 찾은 런베뮤 안국점은 식사 30팀에 포장 4팀이 '대기 중'으로 가게 앞에서는 5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맞은편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검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다만 이날 일찍부터 가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한국 뉴스를 접할 일이 적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고 왔다는 일본인 관광객 유우카(20대, 여)는 "(과로사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일본은 10년 정도 전에 과로사가 뉴스가 됐지만, 지금은 법으로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과로사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는 근로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을 인솔하던 관광 가이드 이 모 씨(40대)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한 템포 떨어져 생각이 가능한 것 같다"며 "자신들이 선택해서 왔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부러라도 나쁜 얘기를 안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저도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다.

낮부터는 한국인의 방문도 적지 않았다. 충남에서 왔다는 40대 여성은 "좀 고민했는데 지방에서 사건이 있기 전에 준비했던 것이어서 왔다"며 "제가 봤을 때는 회사 측과 일하는 직원 측의 시간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가) 다르다. 양쪽의 말이 다르니 정확하게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대 청년이 과로사 탓에 죽은 거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지금 이제 사회로 뛰어나오는 아이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큰 충격인 거고 이거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더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나 잘하고 싶었을까"…'쪼개기 계약' 정황에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철저해야"

이날 오후 1시에는 정의당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가게 앞에서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런베뮤' 빵집이 청년에게 주목받던 '핫플'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인천점에서 한 26세 청년이 과로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빵집에서는 주간 43시간 정도 일했다고 얘기한다. 그럼 노동시간이 기록된 지문인식기를 제공하면 될 일인데, 빵집은 지금까지도 노동시간 기록을 하나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 10여 명은 멈춰서 정의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지켜봤다. 차례를 기다리던 한 금발의 외국인 관광객은 피켓에 인쇄된 'NO Bagel NO Over Work' 피켓의 글자를 읽으려 몸을 쭉 뺐고, 홍콩 등에서 온 관광객 서너명은 휴대전화를 피켓 속 QR코드에 가져다 대기도 했다.

인근의 다른 빵집을 왔다가 우연히 기자회견을 보게 됐다는 김 모 씨(24세, 여)는 "외국인 한국인 할 거 없이 사람이 많아 놀랐다. 옷 스타일이나 다른 걸 봤을 때 한국인이 절반은 되는 것 같았다"며 "어제 뉴스를 들었다. 제가 또래인데, 사회로 나아가는 시점이다 보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얼마나 외로웠을까, 또 얼마나 잘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미숙 정의당 비상구 노무사는 "돌아가신 분의 전체 근무가 14개월인데 3·4·7개월 단위로 쪼개 14개월이 됐다. 아마 3개월은 수습 기간이고, 이후 4개월과 7개월을 근무하셨던 것 같다. 일명 쪼개기 계약"이라며 "법 위반의 여지가 크며 이런 쪼개기 계약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서 노동 존중 정책이 되살아나서 근로자들이 안정된 근로환경에서 일하게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직원 정효원 씨(26)가 입사한 지 14개월 만인 지난 7월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이 사망 직전 1주 동안 약 80시간을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LBM은 "과로사 여부에 대해서는 회사가 판단 내리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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