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판결에 서울시내버스 파업 재점화

동아운수 소송 2심에서 뒤집혀
"12일 첫차부터 전면 운행중단"
노조 측 쟁의행위 경고 메시지
13차 본교섭 앞두고 '긴장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서울 시내버스의 임금협상이 다시 파업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상임금 관련 문제로 서울시·운송조합과 노조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이 노동자 측의 승소로 돌아갔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 측은 판결 이후에도 재교섭이 결렬될 경우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2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동아운수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갈등의 핵심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는 임금 산정 방식을 개편한 뒤 전체적인 인상률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통상임금 재산정 논의는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기존과 같이 인상률을 정한 뒤 기본급 외 상여금, 수당 등도 동일하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상시에 가깝게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여·명절수당 등이 통상임금에서 빠질 경우 사실상 '임금 삭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동아운수 소송은 시내버스 노사 갈등과 유사하게 노동자 측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달라고 요구한 사건이다. 1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던 법원은 2심에서 노조 측 입장으로 판결을 뒤집었다. 유재호 서울시내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이번 동아운수 통상임금 사건 판결은 노조 주장을 모두 인용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즉시 입장문을 통해 "사업조합과 서울시가 노조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사항에 대해 계속 무시하며 성실히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12일부터 일반버스와 전환버스를 포함한 모든 서울 시내버스의 전면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버스 전환업체 회사 3곳의 단체교섭 분쟁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오는 11일 조정 기간이 만료되면 12일 새벽 첫 차부터 파업 등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판결 이전인 지난 9월에도 노조는 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동아운수지부 고등법원 판결이 기점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강력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강력한 투쟁력이 준비돼야 빠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 5월 '준법투쟁' 수준에 그쳤던 쟁의행위가 향후 '운행 중단'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12일 즉시 전면파업에 돌입할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13일) 전날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사는 다음주 초 13차 본교섭을 시도할 계획이다.

[e-mail]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