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만들어준 AI 동맹, 3강 달성으로 답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11.02 19:12   수정 : 2025.11.02 19:12기사원문
삼성·현대차 등 GPU 26만장 받아
정부는 규제혁신해 기업 뛰게 하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대표기업들과 'AI(인공지능)동맹'을 체결했다. 황 CEO는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에 총 26만장, 14조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내용의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는 GPU를 한국에 우선 배정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GPU는 AI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이다. 초고속통신망이 없었다면 인터넷 혁명이 불가능했듯 GPU 없이는 AI 혁명 또한 현실화하기 어렵다. 엔비디아는 이번 공급을 통해 한국의 AI GPU 보유량이 기존 6만5000개에서 30만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단숨에 세계 3위 규모의 AI 칩 보유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발표에 앞서 황 CEO가 보인 일련의 행보는 AI동맹이 갖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지난달 28일 "한국 국민들을 기쁘게 할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방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가지며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AI 핵심 인프라와 관련한 글로벌 협력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 공급업체를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AI동맹으로 한국은 AI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황 CEO 역시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제조·AI라는 핵심 역량을 모두 보유한 나라는 드물다"며 한국이 그 조건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AI산업을 대규모로 확산시킬 수 있는 토대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속도감 있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공정의 속도와 수율 개선에 나섰고, SK그룹은 반도체 생산 및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AI 팩토리 설계에 착수했다. AI 모델과 서비스를 대량생산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신개념 디지털 제조공장을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가 속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전체의 국가 AI역량이 기업들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토터스 미디어의 '2024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AI 역량은 40.3점으로 미국(100점), 중국(53점) 등에 이어 6위에 머물렀다. 기술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규제환경과 민간투자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젠슨 황이 만들어 준 AI동맹으로 한국은 글로벌 'AI 3강'으로 도약할 발판을 구축했다.
그러나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없다면 그 기회를 잡기 어렵다. 정부는 노동 분야 등의 규제를 혁신하고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이 기술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속도가 생명인 AI 전쟁 시대에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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