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요청을 미국 건조로 받아친 트럼프, 남아있는 협상
파이낸셜뉴스
2025.11.04 06:30
수정 : 2025.11.04 08:52기사원문
따라서 다시한번 한국 조선역량의 대미 레버리지 효과를 확인한 계기도 되었다. 그런데 그 화답에는 미묘한 꼼수도 숨어있다. 트럼프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면서도 이 전력이 미국 소재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띄우면서 ‘핵연료’ 공조 동의를 ‘미국 건조’ 요구로 맞바꾸는 듯한 교환공식을 제시한 것이다.
일단 한미정상 담판으로 원자력추진잠수함 획득 추진의 첫 관문을 열린 것은 큰 성과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우선 ‘핵비확산 준수 의무’를 지키라는 중국의 주문에 녹아있는 ‘방해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오커스(AUKUS) 잠수함이 국제 규범과 규칙 차원에서 문제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추진도 합당하다. NPT 위반 의심으로 거론되는 것은 중국의 몽니이지만 그렇다고 외교적 노력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재래식 잠수함이라는 명확한 전력의 속성을 명확하게 설명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핵추진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력추진잠수함’으로 용어 사용을 통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묘수 발굴을 위해서 전략가와 조선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융합형 TF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다양한 옵션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 옵션 발굴에 한국의 독자 건조 강도를 고려하여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 독자 건조 수준에서 가장 높은 강도로서 원자력협정에 기본하여 한국의 핵연료 확보에 미국이 공조하는 수준에서 미국이 역할은 하되 잠수함 선체, 원자로를 모두 한국이 만들고 핵연료도 한국이 확보하는 시나리오다. 둘째, 잠수함 선체와 원자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만들고, 핵연료는 한미가 공조하여 확보하고, 핵연료는 미국 내 조선소에서 탑재하여 건조를 최종 완성하는 중강도 시나리오다. 셋째, 저강도 시나리오는 모듈 제작 방식을 활용하는 시나리오다. 잠수함 선체를 모듈화하여 제작하고, 소형 원자로도 만든 후에 미국 내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의 옵션이다. 어느 시나리오이든 한국의 독자성을 기본으로 하되 최소한 상징적으로라도 미국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묘수 설계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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