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1000억 털렸다”…AI가 진화시킨 ‘로맨스 스캠’ 공포
파이낸셜뉴스
2025.11.05 14:46
수정 : 2025.11.05 14:46기사원문
직업, 국적, 성별 바꿔 접근하는 로맨스스캠 기승
월평균 피해액 81% 증가
AI 기술 발달하며 피해 커질 거란 우려
"지급정지 제도 개선하고 국제협약 강화해야"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로맨스스캠 신고 피해액은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피해액이 67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월평균 피해액은 81% 증가했다.
로맨스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데이팅앱으로 접근해 이성적 호감을 쌓은 뒤 투자, 병원비 등을 이유로 거액을 가로채고 잠적하는 범행 수법이다. 캄보디아에서 범죄 단지를 운영해 온 천즈 회장(38)이 창립한 '프린스그룹'의 핵심 수법으로도 알려졌다. 로맨스스캠 범죄 일당은 범행 대상을 선별하기부터 금전을 요구하기까지 범행 단계별로 유인책을 별도로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탓에 수사망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가해자 대부분은 직업과 국적, 성별까지 바꿔가며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팅앱에 접속해 여성인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거나 비서, 증권회사의 매니저 등을 사칭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전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로맨스스캠 전기통신금융사기 한국 2팀에 속한 한 조직원은 대만에 사는 28세의 혼혈 여성을 사칭하며 대화를 이어나갔고 신뢰를 얻은 뒤엔 '투자하면 월 7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거짓말해 4890만원을 송금받았다.
전문가들은 로맨스스캠 범죄 피해금 회수나 구제를 위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로맨스스캠은 일반 보이스피싱 범죄와 달리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계좌 지급정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NS 발달로 범죄조직이 불특정 다수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러한 범죄가 더욱 만연해질 수 있다"면서 "지급정지 같은 제도가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공조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터폴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크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국제협약을 통해 선제적으로 로맨스스캠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와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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