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이공계 인재 10년 새 2배 늘었다‥톱5대학 이공계 47.5% 유출
파이낸셜뉴스
2025.11.03 18:20
수정 : 2025.11.03 20:53기사원문
美 근무 이공계 박사 2021년 1.8만명
바이오·ICT 분야 인재 유출 확대
국내 석박사 42.9% "향후 3년내 해외이직 고려"
20·30 석박사 이직고려 비중 70% 달해 '심각' 수준
연봉 등 금전적 보상 외에도 연구환경 개선과 고용안정성 개선도 '시급'
연령별 해외유출 요인 달라
한은 "정부 제도적 기반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규모가 10년 새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연세대·고려대 등 국내 이공계 주요 5개 대학 인력의 순유출 비중이 47.5%에 달했다.
이에 대한민국 성장 기반이자 핵심 인적자원인 이공계 박사를 국내에 붙잡고 과학기술의 발전 위해서는 '연구환경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석박사도 향후 3년 내 한국 떠난다‥ '연구환경' 개선 시급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지난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약 1만8000명로 약 10년 새 2배 증가했다. 미국 내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약 65~70%가 현지에서 연구나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한 국내 이공계 인력의 순유출은 지속되면서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 20년(2004년부터 2024년까지) 간 국내 이공계 주요 5개 대학의 인력이 전체 이공계 해외 순유출 인력의 47.5%를 차지하면서 우수 인재의 해외 이직으로 과학기술 역량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체류 중인 우리나라 이공계 석·박사급 191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2.9%가 "향후 3년 내 외국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 중 5.9%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였거나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48.7%)에서 이직 고려율이 가장 높았다.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통신(44.9%), 조선·플랜트·에너지(43.5%)에서도 이직고려율은 40%를 넘었다.
연령대 중에서는 20대(72.4%)·30대(61.1%)·40대(44.3%) 순으로 해외 이직 의향이 강했고, 해외 이직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인력 비율은 30대(10.4%)에서 가장 높았다. 이들은 대학교와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종사자와 교수들이다.
이들이 이직을 원하는 이유(1∼3순위)로는 금전적 이유(66.7%·3순위까지 합산)를 가장 많이 꼽았다. 눈에 띄는 점은 연구 생태계·네트워크(61.1%)를 답한 응답자가 금전적 이유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기회 보장(48.8%)·자녀 교육(33.4%)·정주 여건(26.1%)이 뒤를 이었다.
해외 체류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778명)까지 더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연구생태계·근무 여건·연봉 항목'에서 해외 체류자의 만족도가 국내 체류자의 약 1.5배를 웃돌았다.
이에 한은은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이직을 연봉 등 금전적 요인으로만 설명하기보다 연구생태계와 네트워크, 근무여건 등 비금전적 요인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39.4%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연구환경 개선'을 꼽았기 때문이다. 과감한 금전보상을 시급한 과제로 꼽은 응답자 28.8%보다 높았다. 즉,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을 단순한 급여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연구환경의 질전 수준과 경력 발전 기회의 제약까지 함께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한국 연봉격차도 '3배' ‥정부 제도적 지원 강화해야
물론 근무 연수별 평균 연봉 역시 국내외 격차가 컸다.
해외 체류자는 13년 차에 가장 많은 36만6000달러를 받지만, 국내 체류자는 19년 차에 최고점(12만7000달러)을 찍었다. 이는 국내 산업구조와 기업 수익성 격차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주력 산업인 전기전자·반도체와 자동차·모빌리티 등 제조업 부문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낮은데 설비, 부품, 감가상각 등 중간재 비용이 높은 반면 애플,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제조 공정을 외주화하거나 설계,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해 높인 수익성을 연구개발과 인재보상에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한은이 이공계 인력의 해외이직 결정요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소득 만족도는 해외 이직 영향에 음의 관계를 보였고, 직무 내 경력·경로·승진, 고용안정성, 연구환경, 자녀교육 등 현 직장에 대한 비금전적 만족도가 높을 수록 해외 이직 의향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소득에 대한 만족도는 5점 척도 기준 1단위로 개선되면 해외 이직 의향은 4.0%p 하락했다. 승진경로와 고용안정성의 만족도가 개선될 경우에는 해외 이직 의향이 각각 5.4p%, 3.6p%씩 낮아졌다.
연령대별로 더 분석하면 해외이직 의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30대는 고용안정성 △40대는 고용안정성과 승진기회 △60대는 연구환경(연구의 지속가능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은은 해외 인재 유출을 막는 정책 초점을 우수 인재가 국내에서도 성장과 성취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공계 우수 인재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국내 혁신 역량으로 전환 및 확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핵심 과제로는 △우수 인재 확보 위한 금전적 보상체계 혁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실효성 강화 △기술창업 기반 강화 및 전략 기술 활용을 통한 혁신 생태계 확장을 제시했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성과에 기반하고 유연한 임금·보상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도 인적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석사급 연구 인력이 국내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측할 수 있는 경력 트랙을 갖추고, 해외 연구기관·연구자와의 교류도 늘리는 등 연구·개발(R&D)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과장은 "해외 경험 인력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구조와 유인 체계 등을 마련해 석학들이 국내 생태계로 환류되는 '인재 순환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술창업 기반을 확충하고, 정부가 우주항공·방산 등 전략기술도 개방해 혁신 생태계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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