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한기..."투자금 줄고, 쏠림 커졌다"

파이낸셜뉴스       2025.11.03 15:16   수정 : 2025.11.03 15:16기사원문
1~10월 누적 투자 5조2905억, 전년 比 6.5%↓
투자 건수는 34% 급감...메가라운드 중심 자금 쏠림 지속
"초기 창업팀 중 검증된 곳 적어 투자 난이도 높아"



[파이낸셜뉴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소수 검증 기업 중심으로 더욱 집중되는 양상이다. 올해 10월 한 달 동안 투자 규모는 전월 대비 줄었고, 초기 단계 투자 비중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스타트업 자본시장 전문 데이터베이스(DB) 기업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달 비상장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82건, 총 투자 금액은 4976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대규모 메가라운드 투자가 시장을 끌어올린 데 비해 다소 주춤한 수준이다.

1~10월 누적 투자 금액은 5조29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줄었다. 다만 아직 비공개된 투자 라운드가 사후에 집계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건수의 경우 88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 감소했다. 투자금이 소수 기업에 쏠리며 선택과 집중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 위축이 심화됐다. 올들어 10월까지 전체 투자 금액에서 초기 라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로 전년(38.3%)보다 12%p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 건수 비중은 72.9%로, 지난해 같은 기간(82.2%)보다 낮았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안정된 중후기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면서도 "규모는 작더라도 기술적 해자가 있는 딥테크 스타트업에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야 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 자금이 집중됐다. 투자 건수 비중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금액 비중은 9.2%에서 13.6%로 4%p 이상 높아졌다. 인공지능(AI)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등 기술 중심 산업으로의 이동이 뚜렷하다. 반면 콘텐츠·서비스 중심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10월 중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18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는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파인트리테라퓨틱스가 받은 4350만달러(약 623억원) 시리즈 A 라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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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장은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가칭)’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당분간 보수적 투자 성향이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와 정책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시장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종합대책이 실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jimnn@fnnews.com 신지민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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