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타다 다쳤는데 '그냥 넘어짐'... 대법 "사고원인 숨겨도 보험사기" 판단

파이낸셜뉴스       2025.11.03 18:07   수정 : 2025.11.03 18:07기사원문

상품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보험사의 잘못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자격을 얻었더라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사고 원인을 거짓으로 적거나 병원 기록을 숨겼다면 '보험사기'로 본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보험판매사 지사장인 A씨는 2021년 고객 B씨가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사고 내용을 조작해 보험금을 받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아들 명의로 실손보험, 어린이보험을 가입했는데, 약관에는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별약관에는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상해사고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기재됐다.

B씨의 아들은 전동킥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넘어져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A씨에게 제출했다. 이에 A씨는 상해 발생의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허위 기재하고 응급초진차트를 일부러 누락시켜 보험사로부터 총 274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기망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륜자동차에 전동킥보드가 포함되는지 모호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별약관은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을 뿐,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전동킥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보험사고 원인을 허위로 기재하고, 응급진료차트를 일부러 누락시키는 등 회사를 기망해 보험금을 받은 것은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보험사가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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