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부녀, 16년 만에 '무죄' 확정(종합)

뉴스1       2025.11.04 11:43   수정 : 2025.11.04 14:57기사원문

28일 오후 광주고등법원에서 가족과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재심 재판을 받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부녀가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28일 오후 광주고등법원에서 가족과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재심 재판을 받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부녀가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검찰의 '위법·강압 수사'로 아내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백 씨 부녀가 검찰의 상고 포기로 16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검찰청은 광주고법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달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백점선 씨(75)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그의 딸 백 모 씨(4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백 씨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 한 마을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아내이자 엄마인 최 모 씨, 마을 주민 1명을 살해하고, 마을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수사와 기소, 재판이 검찰의 예단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한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버지 백 씨를 상대로 아무런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IQ 70 수준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딸 백 씨를 상대로는 유도성 질문을 반복하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날은 재심 재판부의 판결에 검찰이 상고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검은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 없이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유도하고, 자백 진술을 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점, 합리적 이유 없이 수갑과 포승으로 피고인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적법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특히 "오랜 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피고인들에 대한 보상절차, 명예회복 조치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범죄 피해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대법원 상고 포기에 백 씨 부녀는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들 부녀는 지난 2011년 11월 유죄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됐다.

재심 개시가 결정된 지난해 1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15년간 감옥에서 가족을 살해했다는 오욕을 견뎌왔다.

이들 부녀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많이 늦긴 했지만 상식대로 상고가 포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경계선 지능인과 문맹이라는 피고인들의 취약성이 강압적 수사 절차에 노출될 때 어떤 반응과 왜곡이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앞으로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나 배움이 부족한 분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각별한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신뢰관계인 동석 등 절차적 권리 보장, 경계선 지능인을 고려한 사법 절차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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