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먹는 국산 반도체에 골머리...빅테크 '반값 전기료' 지원
파이낸셜뉴스
2025.11.04 15:25
수정 : 2025.11.04 15:41기사원문
中 지방정부, 빅테크 데이터센터 보조금 강화...전기료 50% 지원
빅테크에 중국산 AI 반도체 권장했으나 막대한 전기 소모 발생
美 트럼프, 시진핑과 화해 분위기에도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통제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제재에 맞서 국산 반도체 사용을 장려하는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관련 IT 대기업(빅테크)들의 전기료 부담을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고 있다. 중국산 반도체들이 미국 수입품에 비해 전기를 훨씬 많이 쓰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지방정부들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AI 개발 및 가동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강화중이라고 전했다.
3개 지방정부는 이전부터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에너지 관련 보조금과 현금 지원을 경쟁적으로 제공했다. 이미 3개 지역의 산업용 전기 단가는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동부 해안보다 약 30% 저렴하다. FT와 접촉한 관계자는 일부 지원책들을 이용하면 데이터센터 하나의 1년 치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해당 지역의 전기요금은 새 보조금 정책을 적용하면 킬로와트시(kWh)당 약 0.4위안(약 80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 8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9.1센트(약 130원)다.
중국이 전기료 할인에 나선 이유는 반도체 국산화 정책 때문이다. FT가 3일 보도한 신규 보조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중국산 AI 반도체를 써야 한다. 앞서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2년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이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뒤를 이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H20) 수출까지 막았다가 7월부터 다시 수출을 허용했다.
AI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중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에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지난 9월부터 자국 빅테크들에게 미국산 저사양 AI 반도체를 쓰지 말라고 통보했다.
어쩔 수 없이 자국 반도체를 써야 하는 중국 빅테크들은 전기료 문제에 부딪쳤다. 전문가에 따르면 AI를 구동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 연산 단위인 ‘토큰’으로 비교할 경우, 현재 세대의 중국 AI 반도체로 동일한 토큰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H20 대비 약 30~50% 더 많다. 관계자들은 여러 빅테크들이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 반도체를 사용할 경우 전력 소비가 더 높아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규제 당국에 호소한 뒤 새 보조금이 도입됐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갈등을 봉합했다고 주장했으나 반도체 수출 통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미중 정상 회담 직전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인 ‘블랙웰’ 수출 허용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각료들의 반대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할 수는 있지만, 가장 첨단 반도체는 아니다"라며 "블랙웰 반도체는 다른 나라에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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