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전쟁’ 설계한 가장 강력한 미 부통령, 딕 체니 별세
파이낸셜뉴스
2025.11.05 04:00
수정 : 2025.11.05 0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9.11테러 뒤 ‘테러와 전쟁’을 설계하고 공화당 대통령 4명을 보좌한 역대 가장 강력한 부통령인 딕 체니가 별세했다.
유족들은 그의 사인이 폐렴과 심장, 관상동맥 질환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국가 안보에서는 굽힘이 없는 강경론자였던 체니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주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조사가 아니라 고문"이라는 비판을 받는 "강화된 심문"을 합법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WMD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전쟁은 인권 재앙으로 남았다.
이라크 전쟁 후폭풍은 광범위한 정책적, 정치적 결과로 이어졌다. 미 유권자들은 외국에 대한 군사 개입에 반대했고, 공화당의 정치 지형도 크게 흔들렸다.
퇴임 뒤에도 이라크 침공은 정당했다고 주장한 체니는 재임 시절 그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별 볼 일 없는 직업”이었던 미 부통령을 강력한 권한을 가진 2인자의 자리로 격상시켰다.
네브래스카 주에서 태어나 와이오밍 주에서 성장한 체니는 예일대를 중퇴한 뒤 와이오밍대로 돌아가 학업을 마쳤다. 1960년대에는 군 복무를 피해 학업을 지속했고, 이후 미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의 멘토링으로 34세에 제럴드 포드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 밑에서는 국방 장관으로 걸프전을 주도했다.
체니는 평생 심장질환으로 힘들어했다 2012년에는 심장 이식도 받았다.
체니는 공화당의 거두이면서도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동성애자인 딸 메리 체니를 두고 2000년 토론에서 “자유는 모두의 자유”라고 말해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딸인 리즈 체니는 공화당 하원 콘퍼런스 의장을 지냈다.
한편 체니는 2018년 블랙 코미디 영화 ‘바이스(Vice)’의 실제 인물로 자신이 ‘스타워즈’의 악당 다스베이더로 묘사되는 것을 즐겼다. 2011년 제이 리노의 투나잇쇼에 다스베이더로 꾸미고 출연한 적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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