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1년 만에 민주당 반격…뉴욕·버지니아·뉴저지 석권
파이낸셜뉴스
2025.11.05 12:54
수정 : 2025.11.05 12: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미국 주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신예 조란 맘다니 후보가 뉴욕시장에 선출됐으며,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각각 당선됐다. 특히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평가됐던 버지니아를 민주당이 탈환했다.
민주당, 핵심 지역 승리
4일(현지시간) 일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 등 이른바 '미니 선거'가 치러졌다. 트럼프 2기 이후 처음 실시된 이번 선거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바로미터이자 트럼프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로 주목받았다.
가장 큰 관심은 뉴욕시장 선거였다. 진보 성향의 신예 정치인 조란 맘다니 당선인은 6월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후보에 오른 뒤 본선에서도 돌풍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했고, 민주당 지도부 역시 한동안 지원을 주저했다. 뉴욕을 지역구로 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지 후보 발표를 미뤘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 말에서야 맘다니 지지를 공식화했다.
버지니아에서는 전 연방하원의원이자 CIA 출신인 에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공화당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꺾었다. 스팬버거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연방 인력 감축이 "버지니아 주민의 생계와 지역 경제를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뉴저지에서는 미 해군 헬기 조종사 및 연방검사 출신인 미키 셰릴 연방하원의원이 주지사에 당선됐다. 셰릴 당선인은 2018년 선거에서 12선 공화당 중진을 꺾으며 전국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정책 심판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 2기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은 상대 후보가 아니라 트럼프와 싸우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버지니아는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단) 여파가 특히 컸다.
연방 공무원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무급 휴직 사태가 민심에 직접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스팬버거 당선인은 "워싱턴이 버지니아 근로자를 소모품처럼 취급한다면 지역 경제는 작동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뉴저지 역시 셧다운 이후 뉴욕-뉴저지 열차 터널 프로젝트 지원이 중단되면서 반발 여론이 커졌다. 관세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불만도 결정적이었다. 뉴저지의 올여름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22% 급등해 주요 주 상승률의 2~3배에 달했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는 맘다니 후보가 공화당이 아닌 무소속 쿠오모 전 주지사와의 접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오모 전 주지사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무상 버스·보육 확대 등 생활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높은 물가에 지친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반등…트럼프 "내 탓 아냐"
이번 승리로 트럼프 2기 출범 후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정치적 동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CNN에서 "생활비 부담이 핵심 이슈였고 미국인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트럼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NYT는 "민주당이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분노를 결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공화당의 패배 이유는 내 이름이 투표지에 없었고 셧다운 때문"이라며 책임론을 일축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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