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권한 커진 재정비 사업... 숭례문·덕수궁 옆에도 삽 뜨나
파이낸셜뉴스
2025.11.06 18:25
수정 : 2025.11.06 18:24기사원문
대법 "규제완화 조례 개정 적법"
세운2구역 이미 준비위원회 출범
다른 문화재 지역으로 확산 예고
대법원이 '문화재 주변 개발 제한' 조항을 삭제한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시개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이 큰 편인데, 대법원 판단이 지자체 권한을 더욱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제기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조례 무효소송은 대법원 단심 재판으로 진행된다.
국가유산청장(옛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조례를 정해야 한다는 문화유산법(옛 문화재보호법) 규정이 '보존지역'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문화유산법은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보존지역 밖까지 협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법은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 규정돼 효력이 없는 조례를 개정 절차를 통해 삭제하는 것은 적법한 조례 제·개정 권한의 행사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으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며, 지난달 30일 최고 높이 142m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재정비 계획을 고시한 바 있다.
세운4구역은 물론 세운4구역을 마주하고 있는 세운2구역도 제한 없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운2구역은 재개발사업 준비위원회가 출범해 본격적인 정비사업 추진에 나선 상황이다. 숭례문, 덕수궁 등 다른 문화재 인근에서도 재정비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보존지역은 법을 따라야 하지만, 보존지역 밖은 '검토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자체 재량이 넓다"며 "삭제 조항이 그대로 있더라도 사실상 사업 추진이 가능했는데, 대법원 판단으로 더욱 힘을 받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조례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진 게 아니라 조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판단한 것"이라며 "문화재 보호와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기준을 두려면 결국 입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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