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실종된지 17년… 어떤 모습이든 돌아와주길"

파이낸셜뉴스       2025.11.10 18:18   수정 : 2025.11.10 18:17기사원문
지적장애 3급 김경춘씨 구미서 사라져
가출인지 사고인지 몰라 애석한 마음
결혼한 자식들 슬하에 어느덧 손주 4명
"남은 생은 가족들과 함께" 애타는 아내

"어떤 모습이든 좋으니까 돌아오기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 내가 잘 돌볼 테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요."

권미숙씨는 17년 전 실종된 남편 김경춘씨(당시 나이 54세·사진)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권씨는 인터뷰 내내 지적장애 3급을 갖고 있는 남편의 안부를 걱정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5월 14일 경북 구미시 자택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뇌졸중이 재발해 건강이 악화된 그는 평소 집에서 요양하는 시간이 많았다. 실종 당일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권씨는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 있었다. 이날 오전 김씨에게 전화해 한차례 안부를 물었고, 오후에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오후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씨는 퇴근 후 남편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김씨가 갈 만한 곳에 연락을 해봤지만 그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씨가 종종 산책하던 길에서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도 김씨를 찾지 못했다. 당시 구미시는 지금만큼 CCTV가 보급되지 않아서 동선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씨는 실종자 가족 모임에 나가고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별다른 단서는 얻지 못했다.

결국 김씨의 행방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가출인지, 사고인지 여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김씨는 평소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나갔다가 몇 시간 만에 돌아온 적도 있었다.

권씨는 "답답한 마음에 무속인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안 해본 게 없다"며 "남편이 왜 사라졌는지 알기만 해도 마음이 좀 나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남편이 사라진 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은 자녀들의 결혼식이었다. 권씨는 아들의 청첩장에 남편의 이름을 혼주로 올리면서 한참 울었다고 한다. 실종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청첩장에 남편 이름을 꼭 넣고 싶었다고 전했다.

권씨는 지금도 가끔 남편과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사진 속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면 '그땐 참 좋았지'하는 생각이 든다며 잠시 웃기도 했다. 권씨의 기억 속에 남편은 온화하고 성실한 가장으로 남아 있다.

김씨는 키 172㎝의 마른 체형에 곱슬머리라는 신체 특징을 갖고 있다. 오른쪽 눈썹 위에는 사마귀가 있고, 손등에는 화상 흉터가 있다. 실종 당시에는 베이지색 티셔츠와 남색 운동복, 밤색 구두를 착용했으며, 18K 금시계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차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권씨는 김씨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제는 아이들도 결혼해서 손주가 4명"이라며 "자식을 키우면서 남편과 고생하던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며 "그저 남편이 돌아와서 남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설령 지금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해도 내가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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