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에 신용거래 사상 최고치, 반도체 쏠림에 시장 충격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5.11.12 15:40   수정 : 2025.11.12 15: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빚투(신용융자)’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 거래가 집중되면서 주가 조정시 반대매매 압력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양대시장(코스피·코스닥)의 신용융자잔고는 25조9917억원으로 지난 2021년 9월 13일 기록한 역대 최대치(25조6540억원)를 4년2개월여만에 경신했다.

지난 7일에는 신용융자잔고가 26조2165억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쓰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16조225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서의 신용융자 잔고도 같은 날 9조7658억원으로 지난 2023년 9월 8일 기록한 9조8945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 거래는 통상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담보가치 증가와 기대 심리 확대로 자연스럽게 증가하지만, 최근의 확대 속도는 과거 대비 더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점은 개인 투자자의 매매 방식이 현금 매수와 신용 매수로 분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일반 현금 매수에서는 순매도를 지속한 반면, 신용매수는 오히려 늘었다. 이는 2020~2021년 상승장 당시 개인의 일반 매수와 신용 매수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증가했던 패턴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원은 "업종별로 보면 신용 매수는 외국인과 유사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라며 "개인은 현금 계좌에서는 반도체 등 수익률 상위 업종을 차익 실현하고 나오는 반면, 레버리지 투자에서는 같은 업종에 다시 진입하는 투자 양분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시장의 수급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업종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구성군으로, 해당 업종에 신용융자가 집중된 상황에서 단기 조정이 발생할 경우 반대매매로 인한 하락 폭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상승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핵심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환율 상승 또는 글로벌 긴축 재부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될 경우 신용 매수 포지션을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개인 신용 계좌에서 반도체 비중이 과거 어느 시점보다 높아졌다”며 “레버리지 포지션이 특정 업종에 집중될수록 가격 변동이 반대매매로 연쇄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담보비율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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