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가 남긴 것

파이낸셜뉴스       2025.11.11 18:27   수정 : 2025.11.11 18:26기사원문

"각국의 수사권은 주권과 같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최근 잇따르는 한국인 연루 범죄 수사방안을 묻는 질문에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내놓은 답이다. 우리 국민이 전 세계 어디에서 범죄에 휘말리더라도 우리나라 경찰이 현지에서 직접 수사할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현지 경찰이나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연루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은 '국제공조협의체'를 발족하고 공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초국경 사기범죄 공동대응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현지 수사를 대신하는 궁여지책이다.

경찰청은 우리나라가 초국경 범죄 공동대응을 주도하는 첫 사례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해외 경찰들이 우리나라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한국만큼 연루된 사례가 많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 리딩방 등 다중피해 사기 규모도 7000억원이 넘었다. 캄보디아 당국에 붙잡힌 피의자 64명을 지난달 전세기로 송환한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초기만 해도 국내에 머무르던 조직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수사가 어려워졌다고 해명해왔다. 범죄조직의 '해외 이전'이 수사의 성과라고 자평한 셈이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이뤄지는 범죄 수사에는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2023년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자 범죄 예방에 나서겠다며 외사국을 폐지하고 외사 기능의 규모를 대폭 줄였다. 경찰과 정부의 뒷북 대응은 범죄조직에 납치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모씨 사건이 계기였다. 박씨가 고문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확산되자 또 다른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캄보디아 당국에 붙잡힌 피의자들이었다. 피의자 64명은 정부가 띄운 전세기로 단체 송환됐다.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벌어지는 사기범죄 총책의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범죄조직에 소속된 공범의 상당수는 한국인이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이들이 대포통장 모집책, 조직원 등 역할을 나눠 범행하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들 통장에서 돈을 빼내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경찰이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초국경 사기범죄 생태계에서 해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인이 많이 연루돼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unsai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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