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파고 넘자' 닛산-혼다, 美시장서 차량 개발 협력 추진
파이낸셜뉴스
2025.11.14 09:49
수정 : 2025.11.14 09:48기사원문
미국 시장서 차량 및 파워트레인 공동 개발 논의중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닛산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혼다자동차와 차량 개발 협력을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4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양사가 협력해 생존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자동차 사장은 지난 13일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혼다와 함께 차량 및 파워트레인 공동 개발이 가능한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다 측은 차량 공동 개발에 대해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닛산과 혼다는 지난해 8월 EV 개발 등을 포함한 포괄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경영 통합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지만 올해 2월 결렬됐다. 이후 양사는 관계 재구축을 위해 협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 협의를 진행해왔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양사는 모두 미국 생산체제와 공급망 범위가 넓고 개발 능력도 뛰어나다"며 "결과적으로 관세 영향도 완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른 시장에서도 협업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닛산이 가동율이 낮은 미국 공장에서 혼다용 픽업트럭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번 협업은 미국 시장에서 양사 모두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닛산은 북미에서 HV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판매가 부진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인상으로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혼다와의 공동 개발이 실현된다면 양사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혼다 역시 올해 상반기(4~9월) 자동차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북미 EV 판매에서 인센티브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하며 전동화 차량 중심의 비용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인 상황이다.
혼다와 경영통합을 성급하게 추진한 것이 신뢰 형성 실패로 이어져 결렬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대해 에스피노사 사장은 "현재 통합이나 자본 제휴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양사 협업이 계속 진행되면 자본 제휴 등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프랑스 르노와의 자본 제휴 지속 여부도 주목된다. 양사는 지난 2023년 자본 관계를 재조정하며 상호 15% 출자로 맞추는 데 합의했고 올해는 상호 출자 의무를 10%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에스피노사 사장은 “장기적 목표에서 일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닛산이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와의 관계는 유지될 방침이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변경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닛산은 경영 재건을 위해 전 세계 2만 명 인력 감축, 7개 공장 축소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공장 감축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추가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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