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 ‘깜깜이’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 내홍

파이낸셜뉴스       2025.11.18 04:35   수정 : 2025.11.18 0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하를 놓고 내분을 겪고 있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다음 달 9~10일(현지시간) 이전까지 얼마나 많은 경제 지표들이 발표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미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시작해 지난 12일까지 역대 최장인 43일을 지속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인해 미 경제지표들은 집계와 발표가 줄줄이 연기됐다.

미 9월 고용동향은 당초 예정보다 7주 늦은 오는 20일 발표될 예정이다.

제퍼슨 부의장 "추가 인하, 신중해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경제 지표 부재 속에 연준이 양대 목표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고용 안정을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하게 되면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연준의 고민은 이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제퍼슨 부의장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좀체 하강하지 않고, 고용 여건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면서 서로 다른 대응을 요구하는 이런 흐름과 지표 부재 속에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고용 악화에 대응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연준은 지난 9월과 10월 FOMC에서 잇따라 기준 금리를 0.25%p씩 두 차례 인하해 3.75~4.0%로 낮췄다.

셧다운으로 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되고 있지만 시장의 추가 인하 전망은 이례적으로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 달 전인 지난달 17일 94%에 이르렀던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확률이 지금은 41%로 뚝 떨어졌다.

12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의 전망이 바뀐 것이다.

제퍼슨은 17일 연설에서 금리가 여전히 ‘일부 제한적’이라면서도 최근 인하 덕에 연준 기준 금리는 성장을 촉발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 수준에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우려파, 노동시장 우려파로 갈려


경제 지표 결핍 속에 연준 내 의견은 극심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두 차례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찬성했던 일부 위원들은 최근 추가 인하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동시장 약화, 또는 인플레이션 진정을 가리키는 지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것이다.

연준에서는 현재 두 부류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우선 ‘인플레이션 우려파’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4년 동안 웃돌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2년은 더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로 회귀하는 데 6~7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파에는 마이클 바 이사와 수전 콜린스(보스턴), 오스탄 굴스비(시카고), 토머스 바킨(리치먼드), 메리 데일리(샌프란시스코) 총재 등 4개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있다.

반면 ‘노동시장 우려파’는 연준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위협은 아직은 심각하지 않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높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2월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이사 3명이 노동시장 우려파다.


최근 임명된 스티븐 마이런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이사가 이들 셋이다.

이들은 경기침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12월에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연준의 올해 마지막 FOMC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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