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투자’ 선물보따리 푼 사우디… 트럼프는 카슈끄지 논란 두둔
파이낸셜뉴스
2025.11.19 08:38
수정 : 2025.11.19 08: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7년 만에 미국을 방문해 1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은 이에 맞춰 사우디 방위 안보를 위해 최신예 F-35 전투기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의 입장 표명이었다.
1조 달러 투자에 F-35 맞교환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기존 6,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밝힌 투자 규모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표현을 빌려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 대상국”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당신(트럼프)이 만들어내는 것은 오늘의 기회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재해 이스라엘과 UAE·바레인이 체결한 정상화 협정으로, 이후 모로코와 수단도 합류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협정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서도 “동시에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보장하는 명확한 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우디의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카슈끄지 문제에 트럼프 빈살만 감싸기
이날 카슈끄지 사건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특히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왕세자를 감싸며 카슈끄지를 “매우 논란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things happen)”라며 “하지만 (빈살만은)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 정도로 끝내자. 그런 질문으로 손님을 곤란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도 빈살만 왕세자를 “매우 존경받는 분”, “나의 오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또한 “인권 문제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그가 이뤄낸 성과는 놀라울 정도”라고 극찬했다.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매우 좋은 친구였다”며 “모든 이슈에서 늘 같은 편에 서 있었고, 이란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데에도 함께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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