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투자에 F-35 맞교환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기존 6,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밝힌 투자 규모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최첨단 F-35 전투기 제공으로 화답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동일한 사양의 F-35를 받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 모두 “훌륭한 동맹국”이라며 “두 국가 모두 최고 사양을 받을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미 F-35 제공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QME) 약화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재해 이스라엘과 UAE·바레인이 체결한 정상화 협정으로, 이후 모로코와 수단도 합류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협정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서도 “동시에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보장하는 명확한 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우디의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카슈끄지 문제에 트럼프 빈살만 감싸기
이날 카슈끄지 사건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특히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왕세자를 감싸며 카슈끄지를 “매우 논란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things happen)”라며 “하지만 (빈살만은)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 정도로 끝내자. 그런 질문으로 손님을 곤란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도 빈살만 왕세자를 “매우 존경받는 분”, “나의 오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또한 “인권 문제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그가 이뤄낸 성과는 놀라울 정도”라고 극찬했다.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매우 좋은 친구였다”며 “모든 이슈에서 늘 같은 편에 서 있었고, 이란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데에도 함께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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