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 고통받는 동료선수 보고 연구 시작"

파이낸셜뉴스       2025.11.19 18:10   수정 : 2025.11.19 18:10기사원문
양정두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스테로이드 남용 위험성 분석
국제 학술지에 논문 게재 성과
"일반인도 몸매 위해 병용 사용
부작용 위험도 178배나 올라"



"스테로이드를 여러 개 함께 쓰는 '스태킹'은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고, 단순 운동 목적이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양정두씨(사진)는 최근 국제 중독의학 학술지 'Substance Use & Addiction Journal'에 논문을 게재했다. 운동선수 출신 연구자로서는 첫 사례다.

이 연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약물 부작용 보고 시스템(FAERS) 데이터를 분석해 스테로이드 남용과 약물 병용이 초래하는 위험성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양정두 연구자의 이번 논문은 286건의 스테로이드 남용 사례를 분석한 대규모 데이터 기반 연구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9일 양 연구자는 "스테로이드를 하나만 사용했을 때도 위험하지만, 여러 약물을 함께 사용한 경우 심각한 부작용 비율이 98.4%에 달했다"며 "부작용 위험도는 178배 증가했고, 10개 이상을 함께 사용한 사례에서는 12명 중 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 층에서 근육 성장이나 몸매 개선을 위해 무분별한 스태킹이 이뤄지는 현실을 우려했다. 중추신경 억제제나 지방 연소제와의 병용이 치명적 조합이라며 그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약물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 연구자가 중독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은 선수 시절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경쟁 압박 속에서 약물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동료들을 봤고, 그 과정에서 중독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몰래 진행되는지 목격했다"며 "그런 현상에 대해 궁금해졌고, 결국 중독 의학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이 천천히 스스로를 집어삼키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또 "중독은 단순히 약물 문제가 아니라, 뇌의 도파민 체계가 무너지고 통제력을 잃는 문제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강도 훈련으로 유명한 국가대표 생활을 거친 뒤 연구자의 길로 옮기는 전환은 쉽지 않았다. 양 연구자는 "매일 새벽 수영을 하던 루틴이 사라지고, 그 시간에 데이터 분석을 하는 제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선수 시절 몸으로 겪은 인내와 반복의 과정이 연구에도 그대로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논문 설계와 통계는 처음 접하는 분야였지만 그는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나간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많은 연구자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데이터 클리닝부터 시각화까지 직접 몸으로 익혔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고된 훈련을 했던 그 마음가짐이 도움이 됐다고 양 연구자는 말했다.

그는 최근 심해지는 스마트폰·SNS 중독 등 비약물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양 연구자는 "스마트폰 사용 후 운동 시 집중도와 피로도가 증가한 연구가 있는데, 기록 차이는 당장은 크지 않지만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수년 후 성과와 멘털에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을 극복하는 핵심 방법으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제시했다. "몸을 쓰면 뇌가 맑아지고, 스마트폰처럼 손쉬운 자극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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