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예술가들의 상상력, 10개국 예술가 한자리에...아르코미술관 '인 시투'展
파이낸셜뉴스
2025.11.20 14:49
수정 : 2025.11.20 14: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예술창작실 입주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 '인 시투(In Situ)' 전이 내년 1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6월 서울 평창동에 문을 연 아르코 예술창작실 레지던시 1·2기 입주 예술가 10명의 창작 과정과 연구 결과를 아르코 미술관 전관에 걸쳐 소개한다.
나머지 5명은 지난달부터 2기 입주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 제목 '인 시투'는 '본래의 자리에서'라는 뜻의 라틴어로, 창작실에서 생산된 사유와 실험을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장으로 옮겨 창작의 현장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완성된 결과물보다 작가가 머무르고 관찰하며 쌓아올린 과정의 층위를 전면에 배치해 레지던시의 성격을 전시 형식으로 확장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르코 예술창작실은 국내외 작가를 초청해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핀란드·베트남·폴란드·모잠비크 등 다양한 지역의 예술가들이 입주했다. 미술관은 이들의 체류 경험을 하나의 전시적 서사로 엮어 관객에게 소개한다.
1기·2기 작가 10인 작업, 전관서 선보여
이번 전시는 층별로 1기와 2기 작가의 작업을 나눠 구성했다. 우선 1층에는 1기 작가 5인의 작업이 자리한다.
유스케 타니나카(일본)는 전통 의학과 재생 의학의 관점을 결합해 치유와 시간의 흐름을 다이어그램과 약재 드로잉으로 구현했다. 그의 작품은 iPS 세포의 재생 원리와 동아시아 의학의 세계관을 결합해 치유와 재생을 시각화한 대형 다이어그램이다. 실제로 약재를 종이에 삽입한 드로잉과 함께 설치돼 과학과 전통, 신체와 시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탐구한다.
랍(베트남)은 대표작 '까치 이빨 공장'을 통해 한국 체류 중 도시 곳곳에서 마주친 까치라는 새를 매개로, 인간과 비인간, 기억과 욕망, 자본과 신앙이 교차하는 관계망을 탐구했다.
윤향로(한국)는 집에서 아르코 예술창작실까지 걸어서 오가며 관찰한 풍경을 회화로 표현했다. 연작 '얕은 물'은 평창동에서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물길과 산길에서 마주한 물의 표면을 담은 작품이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빛과 그 반사에 따라 일렁이는 수면의 변화를 캔버스에 옮겼다.
발터 토른베르크(핀란드)는 미술관의 행정 언어와 구조를 작업 매체로 삼아 제도의 균열을 드러내는 설치를 선보였으며, 손수민(한국)은 피아노를 매개로 한국 사회의 성장 신화와 개인적 기억의 층위를 짚는 영상 작업을 전시했다. 한때 한국 중산층 가정의 상징이었던 '피아노'의 생애주기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영상으로 풀어낸 '인터벌 스터디즈'가 돋보인다.
2층에는 2기 작가 5인의 신작이 이어진다.
크리스티앙 슈바르츠(오스트리아)는 대표작 '다목적 타워'에서 도시의 무선 통신 인프라가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구조'를 드러내는 사운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급증한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도시 경관을 어떻게 재편했는지 주목하며, 옥상과 가로등, 교회 첨탑 위에 자리한 셀타워의 위장된 형태 '스텔스 인프라스트럭처(Stealth Infrastructure)'를 탐구한다.
박정혜(한국)의 작업실은 물질적 작업의 상태와 조건을 넘어 현실계와 가상계를 연결하는 정신적 차원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로 기능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작업실은 세계를 이루는 불가사의한 정체성이 유예된 중의적인 사물들이 거쳐가는 실재를 이루는 시스템의 부분, 상징들을 가꾸는 ‘정원’과 같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서희(한국)는 '방랑하는 방'을 통해 타지에서의 비정착적 거주 경험 속에서 체화된 불안정의 정서를 공간적 장면으로 시각화한 설치 작업을 드러낸다. 카타즈나 마수르(폴란드)는 프로젝트 '에덱의 아카이브'에서 폴란드 사회주의 시기 가족사진과 한국의 역사적 이미지를 병치해 기억의 층위를 탐구한다.
이밖에 우고 멘데스(모잠비크)는 모잠비크 전통 공예에서 비롯된 집단 기억을 현대적 재료로 재해석한다. 특히 '얽힌 제국들: 저편의 의례들'은 모잠비크의 공예 전통이 지닌 집단적 기억의 층위를 현대적 재료와 기계적 과정으로 재해석하며, 기억·영성·저항이 교차하는 모잠비크인의 서사를 공간 속에 펼쳐낸다.
작가와의 대화 등 연계 프로그램 운영
전시 기간에는 작가들이 직접 작업을 소개하는 '작가와의 대화'(21일)가 마련되며, 내년 1월에는 국내 레지던시 운영자가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도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아트센터 나비와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등에서 활동해온 신보슬 예술창작실 프로그램 디렉터가 기획했다.
이한신 아르코 미술관 관장은 "입주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과 교류 성과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했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내 아르코 미술관에서 매주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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