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한 곳 일년치 영업익이 과징금… 일 접으라는 거냐"

파이낸셜뉴스       2025.11.20 18:18   수정 : 2025.11.20 18:18기사원문
'더 세진' 산안법에 건설업계 패닉
건설업 영업이익률 2~3%대 불과
과징금 한 번에 한해 수익 사라져
사고 많은 중소·중견업체 더 타격
공사비 현실화 등 제도 개선부터



여당이 추진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10대 건설사가 지급해야 할 총과징금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건설사 한 곳의 일년치 영업이익을 통으로 내야 하는 수준으로, 대형사는 물론 이미 벼랑끝에 내몰린 중소·중견사는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익의 10%, 지난해 기준 3300억

20일 본지가 10대 건설사에서 1년간 3명 이상의 근로자 사망이 반복됐다는 가정하에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추산한 결과 약 330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반복 시 영업이익의 최대 10% 과징금을 가중한다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벌어지는 일이다.

시공능력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총 3조3306억원이다. 3300억원은 DL이앤씨가 지난해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많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을 제외하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3300억원을 넘긴 곳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금액이 지난해 현대건설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상황에서 나온 액수라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2024년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프로젝트를 일시 반영하며 1조26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01년 이후 23년 만에 나온 특수한 경우다. 만약 현대건설이 2023년 수준(78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과징금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실제 현대건설의 2023년 실적을 반영했을 때 10대 건설사가 내야 하는 과징금은 최대 5300억원 규모로 급증한다. 영업이익이 없다고 과징금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영업이익이 없거나 영업이익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도 3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해외 유사사례 없어

국회가 징벌적 성격의 법안 강도를 높이면서 건설업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다. 건설업의 영업이익률이 2~3%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과징금 한 번으로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이 모두 사라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건설안전특별법 등 비슷한 내용의 법안의 중복적용에 대한 지적도 큰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 과징금도 과징금이지만 중대재해 발생 시 100억원 이내 벌금을 내야 하는 내용, 매출 3% 내에서 추가 벌금을 지급하는 법안도 발의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복처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곳도 있고, 산재 사고가 발생한 곳도 있는데 '동일상황 반복'이라면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대형은 물론 중소 규모의 기업은 모두 일을 접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금전적인 제재 외에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제도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입찰은 최저가 경쟁입찰로 진행되는데, 공사비가 낮아져 공사기간은 줄고 안전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공사비 현실화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안전사고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까지 해외에서 유사한 법적 제재가 조사된 바 없다"며 "과징금이 아닌 형사처벌과 벌금 처분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우리나라만 징벌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권준호 최아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