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화려하게, 더 다양하게" 호텔 케이크의 끝없는 진화
파이낸셜뉴스
2025.11.21 04:00
수정 : 2025.11.21 04:00기사원문
연말 호텔케이크 대전 시작
신라호텔 트러플 케이크 50만원 최고가
회전목마 케이크선 캐럴 흘러나오고
초콜릿 잎사귀 층층이 쌓은 트리까지
10만원 이하의 가성비 케이크도 눈길
말차·생딸기 등 다양한 재료로 유혹
눈도 입도 즐거운 ‘아트 디저트’ 완성
연말, 호텔 베이커리들이 '케이크 전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가격대는 4만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단순 디저트를 넘어 사진이나 연말 무드, 한정판 경험을 함께 파는 상품이 되면서 호텔들은 페이스트리 셰프 역량을 총동원한 시그니처 케이크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디자인 완성도·희소성·호텔 브랜드 스토리 반영이 모두 강화되며, 케이크가 연말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신라호텔 '럭셔리 케이크'로 개막
올해 호텔 케이크 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서울신라호텔이다. 신라는 '홀리데이 스페셜 케이크' 5종을 공개하며 50만원 트러플 케이크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The Finest Luxury)'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웠다. 제철 화이트 트러플과 블랙 트러플을 올린 이 케이크는 하루 3개만 판매되는 한정판으로, 지난해 최고가 제품을 넘어서는 가격대로 주목을 받았다.
선물 상자를 안은 곰 캐릭터의 '더 조이풀 신라베어'(35만원), 미니 트러플 케이크 '누아 트러플 미니', 트리형 '화이트 홀리데이', 레드벨벳 '루미너스 레드'까지 고급 원재료와 스토리를 결합한 신라만의 연말 라인업을 구성했다.
포시즌스 서울도 초콜릿 글로브와 트리 오너먼트를 모티프로 한 시즌 한정 케이크를 선보이며 비주얼 경쟁에 합류했다.
■케이크도 디자인 경쟁시대
올해 연말 호텔 케이크 시장에서는 디자인 완성도를 앞세운 '아트워크형 케이크'가 두드러졌다. 트리·오너먼트·회전목마 등 조형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주얼 중심의 제품들이 확대됐고, 일부 호텔은 제작 시간을 수십 시간 들인 작품형 케이크까지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연말 아트워크 경쟁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메리고라운드 멜로디'는 회전목마가 실제로 돌아가고 캐럴까지 흘러나오는 오르골 케이크로 50개 한정, 35만원에 출시됐다. 제작에만 48시간 이상이 걸려 '작품형 케이크' 트렌드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호텔 베어 캐릭터를 활용한 '윈터 아이베어', 겨울 여행 분위기의 '윈터 보야지' 등 총 12종 라인업을 내세웠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라즈베리 초콜릿 트리·피스타치오 오너먼트·스트로베리 타르트·율로그 등 다섯 가지 시그니처 케이크를 구성해 '전통과 트렌드의 균형감'을 추구했다. 파네토네·슈톨렌·판도로 같은 전통 브레드도 함께 세트를 이루며 연말 홈파티 수요를 공략했다.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화이트 초콜릿 잎사귀를 층층이 쌓아 트리 형태를 만든 '블랑 포레'를 중심으로 다크 포레스트·루비 트리·피스타치오 리스 등 다섯 가지 케이크를 선보였다.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 제품이 많아 '아트 디저트'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시그니처 디자인 앞세운 호텔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선물 상자를 그대로 구현한 '크리스마스 기프트'와 포인세티아 레드벨벳 케이크 등 브랜드 스토리가 잘 반영된 라인업이 특징이다.
콘래드 서울은 '시그니처 트리', '리틀 포레스트', '크리스마스 리스' 등 6종을 선보이며 색감·질감·구조미를 강조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한옥 꽃살문·겨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엘레강스 한옥', '사팽 디베르' 등 호텔 건축 콘셉트를 재해석한 독창적 라인업을 구축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딸기 샌드를 활용한 '뤼미에르 블랑슈'를 한정 기간 판매하며 겨울 테마 경쟁에 합류했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도 화이트 초콜릿 캔들형 '일루미나시옹', 트리형 '포레 드 노엘', 딸기·오렌지 블러썸의 '베리 블라썸'을 통해 프렌치 감성을 전했다. 페어몬트·풀만·인스파이어 등도 오너먼트·트리·기프트박스 모티프의 아트워크 케이크를 잇따라 내놓으며 전체 시장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가성비 호텔 케이크'도 인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4만2000원대 케이크 4종을 구성해 접근성을 높였다. 부쉬 드 노엘·말차·화이트 크리스마스 등 기본 구성이 안정적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은 글루텐프리 '부쉬 드 노엘'(8만원), 코트야드 평택은 첫 페스티브 케이크 '블랑 노엘'(8만원)을 내놓으며 호텔 케이크를 '일상 소비'로 끌어올렸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은 핑크 시트의 딸기 생크림, 블루베리 요거트 무스, 2단 스페셜 케이크 등 가족 단위 수요를 겨냥한 구성을 내놨다.
카시아 속초는 연말 재료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구성을 내놨다. 생딸기·화이트 크림 조합의 '베리 메리', 일본산 말차와 가나슈의 고소함을 살린 '포레스트 노엘', 다크초콜릿과 키리쉬를 더한 '미드나잇 노엘', 라즈베리·망고·헤이즐넛을 이용한 캐릭터 케이크 '산타 시아' 등 네 가지 제품 모두 재료의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식 슈톨렌으로 클래식 테마를 보완하며 6만8000~8만5000원대로 구성의 균형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호텔 케이크가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연말 분위기를 연출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흐름이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다고 본다. 올해는 디자인과 희소성을 내세운 제품이 특히 많아지면서 선택 폭도 더욱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업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각 호텔의 콘셉트가 명확한 케이크가 더 주목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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