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카이로대에서 'SHINE 이니셔티브' 제안… 평화·번영·문화 얽힌 對중동 구상

파이낸셜뉴스       2025.11.21 00:00   수정 : 2025.11.21 00:00기사원문

【카이로(이집트)=성석우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대학교 연설에서 한-중동 협력의 새로운 비전으로 'SHINE 이니셔티브'를 공식 제안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이집트와의 관계를 넘어 중동 전역과 한국의 미래 협력 구조를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의 5개 축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대학에서 직접 발표한 첫 연설이라는 점에서 정부 중동정책의 상징적 메시지, 이른바 '중동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양국 역사에 도도히 흐르는 문명과 평화의 빛은 양국의 공동번영을 이뤄낼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SHINE 이니셔티브를 소개했다. 먼저 '안정과 조화(Stability & Harmony)' 분야에서는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 구축을 위한 공동 관여를 강조했다. 한국이 지난 2007년부터 레바논 동명부대를 파병해 중동 평화에 기여한 점을 언급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두 국가 해법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며 분쟁지역의 식량난을 해결할 인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중동에서도 연대의 가치를 굳건히 수호하겠다"며 가자 사태 대응과 관련해 이집트 적신월사(한국의 적십자사)에 1000만 달러를 신규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혁신(Innovation) 축에서는 이집트의 '비전 2030'과 한국의 산업 역량을 연결하는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현대로템 전동차 등 기존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중동 국가들의 제조업 공동생산 확대와 한-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은 중동과의 경제협력 없이 불가능했다"며 향후 에너지·건설 협력뿐 아니라 인공지능(AI)·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로 외연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Network)와 교육(Education) 분야에서는 양국 청년·대학 간 교류 확대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베니수에프 기술대학에서 이집트 청년들이 산업 기술을 배우고 있는 점을 사례로 들며 "ICT 석사 장학생 사업, 연수 프로그램 확대 등 유학·교류 기반을 늘리겠다"고 했다. 문화 영역에서는 K-컬처와 이집트 문화의 상호적인 확산에 대해 강조하며 "중동의 훔무스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K-할랄푸드에 대한 인기가 확산되고, 한국과 이집트 음식을 서로가 자국 음식처럼 즐기게 될수록 양국의 국민은 더 가까운 친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간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SHINE 이니셔티브의 의미를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두 나라의 미래"라고 정의하며 청년 세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하나로 잇는 미래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라며 양국 청년 간 직접적인 교류가 가장 빠르고 강한 연결고리라고 했다.

정부는 연설에서 제시된 SHINE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외교·산업·교육 등 분야별 후속 협력체계를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