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모호해지는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
파이낸셜뉴스
2025.11.22 07:00
수정 : 2025.11.22 07:00기사원문
인도-태평양은 전 세계에서 규칙기반질서를 지킬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가늠자로서 그 성격이 있다는 인식이 많았다.
둘째, 두 개의 전선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현실적 도전으로 인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본격 행보에 나서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도 인도-태평양의 전략 공백을 가져오는 요인이다. 가자지구의 지정학적 위기는 여전히 수면상에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가자지구에 발을 디디고 인도-태평양을 바라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자칫 이런 상황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말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전략 부재 속에서 인도-태평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미국의 전략 부대가 중국에게는 역내 주도권 장악을 위한 최대의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다. 때마침 세 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까지 취역한 터라 ‘전략의 호기’와 ‘전력의 보완’이 맞물려 시너지를 창출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략 공백이 지속된다면 여러 부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만해협 유사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이 불명확한 상황의 지속은 중국에게는 오판의 소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미국의 전략 부재 상황이 지속되면 인도-태평양에서 규칙기반 해양질서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미국의 실체적인 역할이 미비한 상황에서 역내 주요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단지 의지를 넘어 역할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역량을 보유한 한국, 일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태평양 국가라는 명확한 성격 규정을 통해서 역내에서의 역할을 확장하는 외교안보 아키텍처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 확장은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와 대미 레버리지 차원에서도 시너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인도-태평양에서의 역할 확장이 특정국가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는 전략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배타성’보다는 ‘포용성’을 강조하는 지혜로운 접근법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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