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사자보이즈 이전에 이들이 있었다..'갓' 윤별발레 신작 '블랙 앤 화이트'
파이낸셜뉴스
2025.11.24 11:18
수정 : 2025.11.24 15:03기사원문
마포문화재단 송년 발레 갈라 '블랙 앤 화이트' 공연
[파이낸셜뉴스] 국내 발레계에 MZ 무용수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갓을 쓰고 K팝 무대를 선보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보다 먼저 창작 발레 ‘갓’으로 화제 몰이한 윤별발레컴퍼니가 그 주인공.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의 최종 선정 발레 무용수 3인 ‘섹시놀부’ 강경호, ‘독기유찬’ 김유찬, ‘프린스욱’ 정성욱 그리고 단장 윤별까지 소속 무용수들의 평균 나이는 평균 26.5세다.
마포문화재단이 내달 10~11일 송년 공연으로 윤별발레컴퍼니와 손잡고 발레 갈라 ‘블랙 앤 화이트’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송년’이라는 정서를 중심에 두되, 기존의 발레 갈라 형식을 벗어나 블랙·화이트라는 콘셉트로 1, 2부를 나눠 고전발레뿐 아니라 창작 발레까지 총 8개의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송년 분위기, 블랙과 화이트로 풀어낸다”
윤별 대표는 20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갈라 공연처럼 그랑 파드되(2인무)를 나열하는 방식은 저희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1부는 블랙, 2부는 화이트로 나누고, 각 부 콘셉트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고 의상도 오직 블랙과 화이트로만 구성했다. 동시에 ‘송년회’ ‘12월’의 느낌은 잃지 않도록 음악과 안무는 좀 더 흥겹고 화려하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특히 이번 공연을 “젊은 안무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안무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지만 늘 기회와 예산이 부족했다. 이번엔 일부러 제가 한 발 물러서고 김유찬·이은수 두 명에게 창작의 기회를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갓’ 안무가로 유명한 박소연의 신작 두편을 포함해 총 4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박소연의 ‘낫 크래커’는 고전발레 ‘호두까기 인형’ 행진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고, ‘빈터라이제’는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중 다섯 번째 곡 ‘보리수’를 모티브로 한 김유찬의 솔로 무대다. 안무가로 변신한 김유찬은 재즈음악 거장, 조지 거슈윈의 대표곡 ‘랩소디 인 블루’에 맞춰 연말 파티장을 연상시키는 클래식 발레 작품을 선보인다. 스페인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활동한 발레리노 이은수의 신작 ‘듀엣 인 프렐류드’는 무용수로 나선 박소연과 이은수가 클래식 발레의 섬세한 테크닉을 뽐낸다. 또 윤별이 김유찬, 정성욱과 함께 자신이 공동 안무한 '세 얼간이' 무대에 직접 오른다.
“방송 통해 유명세..발레 증명하는 첫 무대’”
윤별발레컴퍼니는 소속 무용수가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팬덤을 얻고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윤 단장은 “발레도 잘한다는 걸 보여주는 첫 무대가 ‘블랙 앤 화이트’”라고 말했다.
윤별발레컴퍼니만의 색깔을 묻는 질문에는 “저도 이제 서른이고, 다들 아직 젊기 때문에 딱 고정된 색이 있는 건 아니다”며 “정해진 답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무대에 올리는 데 집중한다. 또 깊이와 대중성을 함께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세 무용수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제가 초라했을 때부터 나와 함께해준 친구들”이라며 “내 자신에게 믿음이 없을 때, ‘형, 할 수 있다’며 믿어줬다. 제겐 투자자와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특히 김유찬은 미국에서 발레단 활동을 하고 귀국했을 당시 “좋은 무용수를 관객들이 모른다는 게 속상"해 먼저 러브콜을 보내고 함께 공연하면서 끈끈해진 경우. 윤 단장은 이날 자신의 "선구안"을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창단 공연 ‘갓’ 투어, 내년 2월부터
윤별발레컴퍼니의 대표작 ‘갓’ 전국 투어도 준비 중이다. 윤 단장은 “내년 2~4월 공연할 예정"이라며 "한 지역에 한 군데만 가는 게 룰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듯, 적절한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지난해 6월 초연한 ‘갓’은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인기에 주목한 결과다. 그는 “전 세계가 우리의 전통 복식 중 하나인 갓에 주목하는 현상을 보고, 당시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박소연이 창작발레 ‘갓’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창단 공연 당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마케팅 덕도 톡톡히 봤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좋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윤 대표는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에 올린 핵심 영상이 거의 천만 뷰 가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텅 빈 객석에서 춤춰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무용수들이 그럴 경우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그래서 작품의 완성도만큼이나 관객에게 닿게 하는 과정도 단장인 제 몫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갓’ 공연의 궁극적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그는 한국 창작 발레를 개척한 안무가 문병남의 말을 인용하며 “외국에서 무엇을 잘하느냐고 물었을 때 ‘돈키호테를 잘한다’고 답한다면 그것은 우리 작품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갓’을 제작한 것은 역수출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발레는 서양에서 시작됐지만 우리는 아직 ‘우리 것’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갓’이 한국적 발레를 다시 서양으로 내보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며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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