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부실채권·생산적 금융… 은행 건전성'삼중 압박'

파이낸셜뉴스       2025.11.24 18:04   수정 : 2025.11.24 18:04기사원문
원·달러 환율 1500원 눈앞
부실채권 잔액 32% 늘어 4兆
내년엔 생산적 금융 부담 커
연말까지 자본관리 진땀 뺄 듯

연말 은행권의 건전성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은행에 이자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면서 무수익여신(NPL)이 큰 폭으로 증가한 때문이다. 내년부터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되면 은행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7.1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 7월 초 13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10월부터 1400원대를 넘겼고,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최근 1470원대에 진입했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은행권의 건전성에 압박이 생긴다. 달러 값이 뛰면 은행이 들고 있는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금액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이 늘어나는 탓이다. 그만큼 자본 대비 위험 규모가 커져 건전성 지표가 낮아지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3bp(1bp=0.01%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CET1은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손실을 막아주는 '자본'을 말한다. 부채 성격이 전혀 없는 보통주와 이익잉여금 등으로만 구성되며, 은행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표시 자산의 환산액이 커지면서 RWA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본비율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표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연말까지는 환율 흐름이 변수라 건전성 관리에 긴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수익여신 증가도 부담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3·4분기 기준 부실채권(NPL) 잔액은 4조199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1조207억원(32%) 급증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과 법정관리, 부도 등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합친 것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늘어난 무수익여신은 대부분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기 유예된 대출이 남아 있고,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6개월 이상 연체 건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생산적 금융이 본격 확대되면 은행 건전성에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첨단전략산업으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권의 기업대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의 대상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 등 위험군에 속한다.
재무 기반이 약하고, 미래 성장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둔화나 사업 지연시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대출이 늘면 RWA 증가로 이어져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은 환율·NPL·RWA가 모두 겹치는 구간이어서 건전성 관리가 올해보다 훨씬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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