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모델하우스로 '피지컬AI 고속도로' 열자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8:20   수정 : 2025.11.26 10:48기사원문



젠슨 황은 CES 2025에서 피지컬AI의 새 국면을 선언했다. 디지털 트윈과 월드 모델을 기반으로 AI팩토리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며, 최근 경주 APEC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개를 한국 정부와 삼성·SK·현대·네이버 등에 제공하는 국가 규모 협력방안도 발표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력(MOU)이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보틱스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AI가 물리 세계에서 스스로 학습·행동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하며, 피지컬AI가 향후 산업 전환의 중심이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초기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뒤처졌지만, 피지컬AI에서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규모 현장 실증과 물리환경 데이터 생산능력을 갖춘 제조강국이라는 분명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물리 데이터와 고난도 공정 경험은 피지컬AI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정부가 전북의 '협업지능 AI팩토리 테스트베드', 경남의 '초정밀 피지컬 AI 글로벌 연구 거점' 등 핵심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경쟁우위를 전략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현장 데이터와 실증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아직 누구도 충분한 물리환경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고, 개별 실증만 반복된다면 규모의 학습·검증이 늦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빠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실증 속도와 모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선택과 자원 집중이 필수적이다.

이를 종합하면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파급력이 크고 실효성 높은 데이터를 보유한 수요기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쉬운 영역이 아니라 핵심 공정에 투입되는 고부가가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중복개발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개발·검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기업마다 개발방법론이 제각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완성도 높은 실전형 피지컬AI가 있다면 기준도 자연스레 정립되겠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성공모델이 부족하다.

따라서 대형 수요처의 고부가가치 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집중 개발해 성공모델을 확보하고, 개발환경을 체계화한 전주기 개발 환경(AI모델하우스)을 주력 산업 거점마다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시뮬레이션 환경·개발도구가 통합된 AI모델하우스는 피지컬AI 전문기업의 개발 부담을 줄이고 산업별 최적화 속도를 크게 높일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 개발환경이 제대로 구축되면 성공모델 확산은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신규 공장 설립 기업에는 최종 파인튜닝과 기술성·안전·보안을 종합 검증하는 피지컬AI 테스트공장을 지원해야 한다. 실제 공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검증할 수 있는 이 인프라는 기존에 1~3년이 걸리던 검증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피지컬AI의 공장 확산을 가속할 것이다.


결국 피지컬AI가 현실 세계에 구현되려면 도메인 데이터와 현장 공정을 가장 잘 아는 수요기업과 피지컬AI 전문기업이 한 팀으로 긴밀한 협력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현장 깊숙이 파고들어 데이터를 정교하게 활용할 수 있을 때 최고 성능의 피지컬AI를 반복 생산하는 생태계가 구축된다. 실전형 성공모델이 다량 확보되어야 표준·데이터·개발 환경이 빠르게 정착하고, 대한민국이 피지컬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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