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무한협상, 산업계 대혼란 정부가 해법 내놓길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8:43   수정 : 2025.11.25 18:43기사원문
정부 노란봉투법 시행령 입법예고
교섭 단일화 무력화, 난립 불보듯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세부 시행령이 공개되면서 산업현장은 대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 경제계의 교섭창구 단일화 요구를 감안한 흔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애초부터 노조 편향 지적을 받았던 법의 한계는 명백하다.

수백개, 수천개 협력사를 둔 기업들은 연중 무한 협상에 시달릴 상황이 눈앞에 닥쳤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법은 내년 3월 시행된다. 산업계가 더한 혼란의 늪에 빠지기 전에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시행령은 하나의 원청 업체와 하청 노조 수천곳이 단일창구 없이 분리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원·하청 간에 복수노조가 교섭 대표를 정해 사용자와 교섭하는 창구 단일화 제도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규정이다. 직무, 이해관계, 노조 특성이 다르다고 주장하며 분리교섭을 요구하면 도리가 없다.

정부가 수많은 하청 노조를 묶는 기준으로 제시한 대목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노조의 조직 범위, 이해관계의 공통성,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당사자의 의사 등을 명시했지만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창구 단일화에 대한 합의가 안될 경우 중앙노동위가 개입하도록 했는데 노동위 결정이 노조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팽배하다.

이대로라면 기업들은 연중 내내 노무 리스크를 안고 살아야 한다.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원청은 하청 노조 교섭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부당노동 행위로 처벌을 받는 조항도 명시돼 있다. 현대차는 협력사가 8500여곳에 달한다. 조선업은 사내하청 비율이 60%가 넘는다.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가 공사 수주 후 토목, 건축, 전기 등 영역을 나눠 건설사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청 업체 노조 중 일부만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해도 원청 입장에선 수백곳과 교섭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혼란도 이런 혼란이 없다.

노란봉투법으로 가뜩이나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한쪽으로 더 쏠릴 수 있다. 교섭력이 약한 소수 노조는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한국노총에 대거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교섭단위 분리로 하청 노조만 분화하는 것이 아니라 원청 노조도 여러 개로 쪼개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섭 주도권을 둘러싼 노노갈등이 불붙을 수 있다. 교섭이 난립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데도 노동계는 한술 더 떠 창구 단일화 여지를 둔 시행령에 반발하며 하청 노조의 자율적 교섭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명문화할 것을 주장한다.

고환율·고관세에 피 말리고 기술전쟁으로 시간과 싸우는 기업들 발목을 이렇게 잡는 것이 합당한가. 노란봉투법은 무차별 교섭뿐 아니라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까지 강제한 조항이 있다. 노조가 불법파업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혀도 손해배상을 제대로 요구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업의 인수합병, 해외투자도 파업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기존의 규제도 숨이 막히는데 더한 족쇄가 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노조 편향 행보를 멈추고 성장과 국가 경쟁력 대의에 맞춰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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