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용, 장난이죠?" 한강버스 마곡~잠실 28㎞, 사람 달리기보다 늦게 도착 '인증'

파이낸셜뉴스       2025.11.26 07:44   수정 : 2025.11.26 13:37기사원문
달리기 유튜브 채널 운영자, 한강버스 ‘경주’
사람이 먼저 도착…네티즌들 비판 쏟아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05년 MBC 예능프로그램 '토요일'의 코너 중 하나인 '무모한 도전'은 코너 이름 그대로 출연자들이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모습을 담았다. 상징적 에피소드로 꼽히는 게 바로 '지하철 대 인간 달리기'였다.

지하철과의 달리기 내기는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모든 출연진들은 지하철과의 달리기 대결에서 보기 좋게 패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이름을 바꿔 무한도전이 됐다.

예능 프로그램 같은 일이 2025년 현실에서 재현됐다.

지난 21일 달리기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 '마라트레이너'는 새로운 버전의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대결 상대는 '한강버스'였다.



채널 운영자인 유튜버 진코치는 한강버스와의 속도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달리기 구간은 서울 강서구 마곡선착장에서 송파구 잠실선착장까지로 정했다. 자전거길로 거리를 따지면 27㎞였다. 한강버스는 망원선착장과 뚝섬선착장 등에 정차하는 만큼 운행 거리가 달리기 구간보다 긴 28.9㎞였다.

대결 구간이 긴 한강버스를 배려하는 듯 진코치는 오후 1시30분 한강버스 110호 선박이 마곡선착장을 떠나고 5분 뒤 출발했다.

출발이 빨랐던 한강버스는 경주 내내 1㎞ 가량 앞서 나갔다. 이렇게 끝이 날 거 같던 대결은 반전을 맞았다. 어느새 격차가 좁혀지더니 24㎞지점에선 간발의 차로 역전이 이뤄졌다.

한강버스가 잠실선착장에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39분 진코치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며 경주는 ‘인간’ 쪽 승리로 끝나게 됐다. 한강버스의 예상 도착 시간은 오후 3시37분이었지만, 정박에 시간이 걸려 승객들은 예정시간 보다 5분 정도 늦은 오후 3시42분께 내리기 시작했다.

진코치는 “한강버스가 두 다리보다 느리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300개가 넘는 댓글을 남기며 뜨겁게 반응했다. 느린 한강버스와 이 같은 한강버스 정책을 추진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따릉이는 초고속 교통 수단이었다", "방송 찍어가며 중간 중간 말하시는 핸디캡 고려하면 결과는 더 큰 차이로 벌어질 수 있겠다"거나 "경기 끝마치신 거 보니 운이 좋으셨다. 자주 멈추는 놈이라", "출퇴근용으로 만들었는데 이러기냐" 등의 댓글을 올렸다.

달리기 열풍에 맞물려 네티즌들은 "고수 러너의 새로운 기준이 정립됐다. 한강버스보다 빠른자와 느린자로", "대회하나 만듭시다. 27키로 코스 대회명 '한강버스를 이겨라'", "단체로 한강버스 이기기 컨텐츠 한번 만들어보자" 등의 '달리기' 대회를 만들자는 매운 제안도 나왔다.


실제 한강버스는 서울시가 ‘국내 첫 수상 대중교통’이라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느린 속도에 잦은 고장으로 대중교통의 기능을 사실상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계획 단계에서 평균 속력이 17노트(시속 31.5㎞)로 마곡에서 잠실까지 75분(일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 9월 정식 운항에 나선 뒤 12노트(시속 23㎞)로 달리고 있다. 마곡에서 잠실까지는 127분이 걸린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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