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

파이낸셜뉴스       2025.11.27 09:00   수정 : 2025.11.28 11: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법관으로 근무할 당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그리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수원가정법원에서 상속재산분할심판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필자는 2022년부터 수원가정법원 제1가사부의 재판장을 맡아 수많은 상속재산분할 사건을 처리했고, 2024년부터 변호사로서도 다수의 상속재산분할 사건 및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을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다.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가족들 간의 분쟁인 데다가 사건이 종국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어 법관으로서나 변호사로서나 그리 만만한 사건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재산은 내가 다 쓰고 갈 거다. 그래야 아이들이 서로 안 싸운다.” 요즘 노년 세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자녀 교육과 독립까지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만, 그 이후 남는 재산까지 반드시 물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속분쟁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평생 우애 좋던 형제자매가 부모의 남긴 재산을 두고 돌아설 때, 그 단절의 골은 상상 이상으로 깊다.

협의만 되면 법원은 필요 없다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는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이 스스로 정하면 된다. 상속인 전원이 모여 “누가 무엇을 얼마나 가져갈지”에 관해 합의하고, 그 합의를 바탕으로 등기나 명의 이전, 금융자산 정리를 하면 법원을 찾을 일은 없다. 문제는 이 협의가 깨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누구는 자신이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며 기여분을 주장하고, 누구는 생전에 형제 중 한 명이 이미 많은 재산을 증여받았다며 그 ‘특별수익’을 문제 삼는다. 어느 상속인은 특정 부동산만은 꼭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고집한다. 여기에 혼외자, 전혼 자녀, 새 배우자(계부·계모)까지 얽히면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감정의 골도 깊어진다. 이런 경우 결국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 법원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의 ‘필수 조건’: 상속인 전원 참여

그렇다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은 누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할까. 예를 들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 A와 아들 B, 딸 C가 상속인인 단순한 가족을 생각해 보자.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따르면 배우자는 자녀보다 상속분이 크고, 구체적으로는 어머니가 7분의 3, 아들과 딸이 각 7분의 2의 비율로 상속받는다. 이 비율 자체는 명확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특별수익·기여분을 둘러싼 다툼이 생기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원칙은 “공동상속인 모두가 재판의 당사자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속인이라면 누구나 청구인이 될 수 있지만, 청구인과 상대방을 통틀어 모든 상속인이 빠짐없이 들어가야 심판이 유효하게 진행된다.

예를 들어, B가 A와 C를 상대로 청구하거나, A와 B가 함께 청구인이 되어 C를 상대방으로 삼거나, A가 B와 C를 모두 상대방으로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대로 B가 C에게만, A가 B에게만, C가 A에게만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상속재산분할은 특정 상속인들끼리만의 싸움이 아니라, 공동상속인 전체의 몫을 한 번에 정리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머니 A가 생전에 이미 상당한 재산을 증여받아 실질적으로 더 이상 받을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인 이상 사건에서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다. 만약 일부 상속인을 빼고 청구하면, 법원은 누락된 상속인을 당사자로 추가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심판청구는 각하된다. 상속인 일부가 빠진 채로 심판이 진행되어 결정이 내려졌다면, 그 결정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게 된다. 결국 “누가 상속인인지”를 정확히 특정하는 작업이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출발점이 된다.

어느 법원에 청구해야 할까: ‘관할’ 전략

다음으로 많이 궁금해하는 것이 “어느 법원에 신청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은 지방법원 합의부)에 청구한다. 상대방이 여러 명이라면, 그중 한 사람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관할법원을 정할 수 있다. 다시 A(서울 거주), B(부산 거주), C(수원 거주)의 예를 보자. B가 A와 C를 상대로 청구하려면, 부산이 아니라 A의 주소지 관할인 서울가정법원이나 C의 주소지 관할인 수원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반대로 A와 C는 이미 협의를 마쳤고, B만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라면, A와 C가 청구인이 되어 B를 상대방으로 하여 B의 주소지 관할인 부산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이때 A가 “서울이 편하니 내 거주지 법원에 내고 싶다”고 해서 혼자 서울에 청구하면 관할이 맞지 않게 된다. 다만 상대방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구성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A가 수원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면, 청구인을 A로만 두고 B와 C를 모두 상대방으로 지정해 C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수원가정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결국 청구인·상대방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어느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상속포기자, 태아, 사실혼·중혼 배우자는 어떻게 될까

모든 공동상속인이 항상 당사자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외가 상속포기자다. 상속포기를 하면 그 효력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되므로, 그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본다. 따라서 상속포기자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청구인이나 상대방이 될 필요가 없다. 한편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동안은 상속을 단순승인할지, 한정승인할지,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숙려기간이다. 공동상속인 중 누군가가 이 기간 안에 있다면, 그가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상속인을 확정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기다린 뒤 심판을 제기하는 것이 실무상 안전하다.

태아의 경우,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당사자 자격이 없다. 다만 출생이 가까운 상황이라면, 특별히 급한 사정이 없는 한 태아가 출생할 때까지 절차를 중지했다가, 출생 후 그 자녀를 공동상속인으로 포함해 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배우자 문제도 중요하다. 사실혼 배우자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반면 이미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다시 혼인신고를 한 이른바 ‘중혼 배우자’는, 형식상 법률혼이므로 상속재산분할에서 상속인으로 다루어진다. 설령 중혼이 나중에 취소되더라도 혼인취소에는 소급효가 없어서, 그가 절차를 통해 취득한 재산이 사후에 부당이득으로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분쟁을 줄이려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은 한 번 시작되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가족 간의 감정 소모를 동반한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상속인이 누구인지(혼인·이혼, 혼외자, 전혼 자녀, 태아, 중혼 관계 등)를 정확히 확인하고, 상속포기 여부와 숙려기간을 체크한 뒤, 당사자 구성을 바르게 잡고, 관할법원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전에 유언과 증여를 적절히 활용해 분쟁의 여지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미 상속이 개시되었고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하여, 남은 가족들이 최소한의 상처로 재산 문제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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