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는 있었다… 멈출 기회를 놓치는 '교제살인'
파이낸셜뉴스
2025.11.27 16:16
수정 : 2025.11.27 16:16기사원문
교제살인 피고인, 무기징역 30%, 실형 70% 선고
100% 범행 이전부터 폭력적 성향 보여
"교제 살해 징후 파악해 처벌해야"
[파이낸셜뉴스]교제살인 사건은 대부분 범행 이전부터 위협이나 폭행 등 전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반복적인 위험 신호를 제대로 인지·차단하지 못해 결국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교제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하게 분리하고 위험 신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7일 본지가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맞아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교제 살인' 키워드로 판결문 10건을 분석한 결과 애인이나 전 애인을 살해한 피고인 10명 가운데 7명(70%)은 실형을, 3명(30%)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선고된 형량은 징역 15년부터 30년까지 다양했다. 범행 계획 여부, 범죄 전력, 범행 전후 정황 등이 형량을 갈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 피고인은 공통적으로 평소에도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동부지법이 징역 20년을 선고한 A씨의 경우 중학교 선후배 관계로 알고 지내다 교제했던 B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흉기를 구입했다”는 위협 메시지를 보낸 뒤 끝내 범행을 실행했다.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교제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81명에 달했다. 살인 미수에 그쳐 생존한 여성 수도 374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공식 통계 없이 언론 보도를 통한 자체 집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더 많을 수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교제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쉬운 상태에서 이뤄진다"며 "피해자가 다치거나 살해당하지 않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벽하게 분리해야 하는데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더라도 가해자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접근금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법률 근거를 시급하게 마련하고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때 중범죄로 처리하도록 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제살인의 또 다른 심각성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유족들도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겪는다는 점이다. 대전고법이 징역 15년을 선고한 C씨는 전 애인의 자택에 몰래 들어가 있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피해자가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금지시키고 심한 욕설을 일삼는 등 정신적으로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는 사건 범행을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부검 후에도 자녀의 얼굴을 하루 수십 번씩 떠올린다"며 "정신적 고통이 크고 직장에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피해자 유족들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판시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