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누구나 대스공 도전" 163대1 경쟁률 뚫은 '일레'와 최우수상 4편

파이낸셜뉴스       2025.12.01 14:26   수정 : 2025.12.01 14:25기사원문
18년차 직장인부터 소설가, 조감독까지..최우수상 4편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일명 ‘대스공’은 스토리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토리 공모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며, 출판·영화·애니메이션·웹툰 등 장르 구분 없이 ‘스토리’ 하나만으로 경쟁하는 유일한 공모전이라는 점에서 업계 내 공신력이 높다.

올해 공모전에는 총 2448편이 접수돼 16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포스트잇 레이디’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채헌 작가는 지난달 26일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늘 도전해 온 공모전”이라며 “탈락과 예심·본심을 오가며 성장해 왔다. 시상식에서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 제주 출신 이유미 작가의 ‘일레’

수상작 15편은 153일간 예심·본심·최종심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177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으며, 대상(대통령상)은 이유미 작가의 ‘일레’가 수상했다.

이명한 최종심사위원장(에그이즈커밍 대표)은 “이 작품은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며 "역사적 소재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 현대인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까지 모두 창의성과 완성도가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지난달 25~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5’ 행사 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창작자와 제작사를 잇는 비즈매칭 상담회뿐 아니라 ‘수상자 오픈토크’가 처음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일레’는 제주에서 방송작가·PD로 활동하며 제주를 소재로 한 창작물로 주목받아 온 이유미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22년 ‘꽃밭에는 꽃들이’로 '대스공'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대상까지 거머쥐며 스토리텔링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제목 ‘일레’는 제주 방언으로 ‘칠일(7일)’을 뜻하며,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육아와 질병을 관장하는 ‘일뤠신’과 거래한 소녀가 아픈 언니를 살리기 위해 7일간 펼치는 판타지 성장기다. 동해 용왕의 막내딸이 제주 토지신 바람웃또와 혼인해 일뤠당신이 된다는 신화에 제주 특유의 7일 혼례 문화를 결합해 ‘신들의 결혼식 잔치’라는 독창적 세계관을 완성했다. 어릴 적 ‘곶자알’ 숲 근처에서 살았다는 이 작가는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곳에서 모험이 펼쳐지는 상상을 바탕으로, 제주 곳곳의 토속신을 활용해 신들의 세계를 구축했다”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한국형 판타지물"이라고 말했다.

■18년차 직장인부터 조감독까지..최우수상 4편

올해 최우수상에는 총 4편이 선정됐다. 데뷔한 소설가부터 영화 현장 인력, 18년차 직장인까지 수상 작가들의 이력 역시 폭넓었다.

먼저 소설 ‘해녀들’로 데뷔한 채헌 작가는 일곱 번째 장편소설 ‘포스트잇 레이디’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평범한 사무보조 직원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포스트잇’을 갖게 되면서 펼쳐지는 독특한 히어로물이다.

그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추모 공간을 떠올리며 “포스트잇 한 장마다 슬픔·분노·위로·연대의 마음이 응축돼 있다”며 “그 포스트잇이 가해자에게 평생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적의 포스트잇’이라는 설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드라마 ‘모범택시’ 같은 에피소드형 복수극이라기보다 한 소심한 여성 영웅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조지은 작가의 ‘경성 경매사 이승화’는 1937년 경성을 무대로 경매라는 소재가 특히 눈에 띈다.

조 작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지만, 골동품 경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처음일 것”이라며 “당시 경성의 투기·투자 열풍은 오늘날의 코인·주식 열풍과 닮아 있어 시대의 연결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존 인물인 간송 전형필, 위창 오세창 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가상의 캐릭터들로 감동과 재미를 더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부관참시’를 집필한 김민수 작가는 18년차 직장인이다. 지난 2019년 “내 삶의 기술을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에 퇴근 후 시나리오 학원을 등록한 것이 집필의 시작이었다.

김 작가는 “부관참시’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강렬해 머릿속에 꽂혔다”며 “관련 기록을 찾아보니 ‘누가 당했다’는 사실은 남아 있지만, 실제 절차나 현장에 누가 투입됐는지는 비어 있어 오히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고 했다.

부관참시를 수행하라는 왕의 명을 받고 길에 나선 4인조의 여정을 따라가는 미스터리·어드벤처 스릴러다.

‘남산의 부장들’ ‘핸섬가이즈’의 조감독을 거친 장은준 작가는 ‘악어’로 수상했다. ‘악어’는 신도시 하천에서 정체불명 ‘악어 흔적’이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출소 소장, 동물원 사육사, 예능 PD 등 저마다 욕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사건은 스릴러에서 블랙 코미디, 소동극으로 흐름을 바꾼다.

장은준 작가는 “‘악어’라는 단어는 흔히 늪의 포식자를 떠올리지만, 한자로는 ‘해가 되거나 못되게 하는 말’을 뜻한다”며 작품이 담고 있는 상징을 설명했다.

한편, 수상작가들은 비즈매칭 상담회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이번 수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대본을 보완해 줄 멘토링 시스템이나 완성 단계까지 지속적 관심을 바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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