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까지 휩쓴 이란 출신 세계적 거장 파나히 감독의 수난…자국서 또 징역형

뉴스1       2025.12.03 10:58   수정 : 2025.12.03 10:58기사원문

자파르 파나히 감독 2025.9.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이란 거장 감독 자파르 파나히(65)가 고국에서 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해외에 체류중인 만큼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파나히의 변호사는 이란 법원이 '선전 활동' 혐의로 파나히 감독에게 징역 1년과 출국 금지 2년을 선고했다고 알렸다.

파나히 측 변호사는 "이란 법원의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파나히 감독은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뉴욕에서 열린 제35회 고섬 어워즈에서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시나리오상, 최우수 국제영화상까지 총 3개 상을 받았다. 그는 "이 수상이 말하고 보일 권리를 박탈당했지만 계속해서 창작하고 존재하는 모든 영화 제작자에 대한 헌사"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그저 사고였을 뿐'은 올해 열린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써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택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을 달성한 감독은 영화 역사상 네 명 뿐으로, 현존하는 감독 중엔 파나히가 유일하다.

그러나 파나히 감독은 여러 차례 체포됐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이란 상황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 뒤, 2010년 징역 6년에 영화제작·출국 금지 20년을 선고받았다. 2개월 만에 복역 후 자택 구금을 당했지만, 그 상태에서 영화를 촬영하며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닫힌 커튼' 등을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했다.

2015년 자택 구금이 해제된 이후에도 출국은 금지된 상태였다. 이에 이란에서 찍은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3개의 얼굴들'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지만 영화제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후 2022년에 동료 감독들을 위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금돼 6년의 징역을 이어가게 됐다. 당시 교도소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영화계의 항의 서명에 풀려났다.

2023년 출소 후 만든 '그저 사고였을 뿐'은 전직 수감자들이 전직 교도관으로 보이는 남자를 복수할지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나히 감독의 두 번째 수감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작품으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7개월간의 수감 생활 동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파나히 감독은 이번에도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비밀리에 '그저 사고였을 뿐' 촬영을 진행했으며, 현장에서 사복 경찰들의 압박을 받는 등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 카메라를 멈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배우들 역시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도 실명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히 감독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시상식에서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다시 이란 법원에 의해 징역을 선고받게 됐다. 파나히 감독은 지난 9월 외신과 인터뷰에서 "다시 감옥에 가는 게 두렵지 않다"며 "저는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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