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꼬리 무는 상호관세 환급 소송에 "영원히 지금 체제 유지"
파이낸셜뉴스
2025.12.04 16:10
수정 : 2025.12.04 16:09기사원문
코스트코 등 美 기업들, 트럼프 정부에 상호관세 환급 소송
9개 日 기업들도 환급 소송 동참, 중소기업들은 공식 이의 신청
소송 부담스러운 사업자들은 미리 '환급 권리' 팔기도
美 대법원, 펜타닐-상호관세 최초 변론에서 트럼프 정부에 회의적
美 재무, 고율 관세 "영구 유지" 주장...다른 법률 동원할 수도
[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업들이 현지 대법원의 ‘펜타닐·상호관세’ 판결을 앞두고 관세를 돌려받기 위한 미리 준비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문제의 관세들이 무효가 되더라도 다른 법을 이용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관세를 유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의신청·소송 제기, 환급 권리 미리 팔기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일부 기업들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관세 환급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소송비용이 부담스러운 중소기업의 경우 관세 징수 담당 기관인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에 공식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법적 절차가 번거로운 일부 소규모 사업자들은 미래에 관세를 돌려받을 권리를 월가에 미리 넘기고 있다. 미국 투자업체 오펜하이머앤드컴퍼니는 지난달 말에 고객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상호관세 환급 권리가 액면가 대비 20~30%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관련 관세의 환급 권리는 10% 후반으로 거래중이다. 오펜하이머앤드컴퍼니는 현재 실물이 없는 환급 권리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인과 관심 있는 부실채권 전문 펀드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3월에 캐나다·멕시코·중국이 펜타닐 생산·유통을 방치했다며 20~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아울러 4월에 세계 185개 국가 및 지역들이 미국과 불공정 무역을 한다며 10~50%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정부는 해당 관세들을 부과하면서 IEEPA를 근거로 삼았다. IEEPA는 미국 대통령이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에 맞서 경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대통령에게 폭넓은 권한을 주는 법으로, 1977년 제정 이후 이란과 북한 등을 제재하는 데 쓰였다.
이에 신규 관세로 피해를 당한 미국 기업 5곳과 오리건주 등 12개 주(州)정부는 지난 4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IEEPA에 근거한 펜타닐·상호관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법원 지난 5월 1심 판결과 8월 2심 판결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5일 구두 변론을 시작으로 3심 재판을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재판 결과가 이르면 이달, 혹은 내년 초에 나온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 재판 져도 고율 관세 유지
NYT는 트럼프 정부가 대법원 재판에서 질 확률이 높지만 순순히 걷은 관세를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이 펜타닐·상호관세가 무효가 됐을 경우, 정부의 환급 지연에 대항하기 위해 미리 이의신청·소송을 제기, 환급을 재촉할 법적 근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측은 지난달 5일 대법원 변론 당시 대통령에게 IEEPA로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닐 고서치 대법관 등 우파 성향의 대법관들조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닌 권한의 한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NYT는 대법원이 펜타닐·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내릴 수도 있지만 소송을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법적으로 환급을 지연하거나 한도를 설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으로 관세를 걷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관세 수입 및 투자에서 환급해야 할 실제 금액은 2조달러(약 2947조원)가 넘을 것"이라며 "그 자체로 국가 안보에 재앙"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급 대신 걷은 관세를 저소득층·중산층에게 나눠주고 나라 빚을 갚겠다고 주장했다.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3일 경제 행사에서 대법원이 IEEPA를 무력화하더라도 고율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역법 301조와 122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현 상호관세와) 동일한 관세 구조를 다시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베선트는 현재 고율 관세 구조를 계속 유지해야 되느냐고 묻자 "영구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는 각각 불공정 무역행위로 미국을 차별하는 외국,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에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의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다만 이들 법률은 '비상사태' 선포 즉시 발효할 수 있는 IEEPA와 달리 무역 담당 부처의 위법 행위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발동 가능하다.
베선트가 언급한 무역법 122조는 미국이 심각한 무역적자에 처해 있을 때 무역 파트너들에게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하는 법률이다. 해당 법률은 한계가 명확하지만 별다른 조사 없이 발동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IEEPA 최종심에서 지면, 일단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정부는 해당 법률이 발효된 사이 무역 부처를 통해 위법 행위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조사가 끝나면 무역법 301조·무역확장법 232조로 무역법 122조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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