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발작에도 한은 "아직 개입할 때 아냐"…'단순매입' 카드 등 고심
뉴스1
2025.12.05 06:05
수정 : 2025.12.05 06:05기사원문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기종료 가능성으로 촉발된 채권금리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은은 "아직은 시장을 지켜볼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와 격차 벌리는 국채 금리, 1년 4개월 만에 최고…회사채 시장도 '돈맥경화' 조짐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025%를 기록했다. 지난 1일에는 3.045%로 연고점을 갈아치웠는데, 이는 2024년 7월 24일(3.046%)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과 한 달 반 전인 10월 중순(10월 15일 2.520%)과 비교하면 무려 0.5%포인트(p) 이상 급등했다. 현재 기준금리(연 2.50%)와의 격차도 54.1bp(1bp=0.01%p)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의 여파는 회사채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우량 등급인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3일 기준 연 3.484%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4일(3.497%)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44.3bp로, 최근 5년 평균(72bp)보다 작은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스프레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비우량 등급인 BBB- 회사채(3년) 금리 역시 연 8%대에서 9.335%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 비용이 급증하자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2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내년으로 미뤘고, KCC글라스 역시 1500억 원 규모의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 HDC와 SK온 등은 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 시즌과 맞물려 기업들의 돈줄이 마르는 '돈맥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 "아직은 지켜볼 때"…변동성 커지면 '단순매입' 등판 가능성
최근의 채권금리 급등세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외신 인터뷰에서 촉발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혹은 방향 전환 여부는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고,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매파적(통화긴축적) 신호'로 해석했다.
이후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금통위가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이 삭제됐고, 채권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를 넘어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음에도 한국은행은 당장 조치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 현재는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최고점보다는 금리가 좀 낮아진 상황이라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이 용인할 수 있는 변동성 수준을 넘어설 경우, 국고채 단순매입 등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한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를 직접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다. 채권 수요를 늘려 가격을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강력한 시장 안정 효과가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계엄령 사태 당시에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함께 국고채 단순매입 카드를 꺼내 든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저희 생각보다 크게 올라간다면 당연히 원칙적으로는 단순 매입뿐만 아니라 공개시장 운영이라든지 여러 면에서 쓸 툴(수단)은 굉장히 많다"며 "모든 걸 배제해 놓지는 않지만 얼마나 금리가 올라가는지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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