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장기화 전망에...채권펀드 자금·신상품 '냉랭'
파이낸셜뉴스
2025.12.07 13:32
수정 : 2025.12.07 13: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최근 한 달 간 7조원 넘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금리동결 장기화 전망에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 공세로 3년물 국채 금리가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채권가격 하락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신규 채권 펀드 출시에 운용사들의 신중모드도 짙어졌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387개의 설정액은 103조872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사이 무려 7조656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1조6042억원이 줄었다.
채권형 펀드의 투자심리가 식은 것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뺀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지난달 4일 연 2.729%에 그쳤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1일 연 3.045%까지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4일에는 연 3.025%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형 펀드의 최근 한 주 동안 수익률은 -0.20%로, 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2.4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상황이다.
국고채 금리가 오른 배경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이는 4회 연속 동결이다. 그러면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인하 기조'를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를 '여부'로 각각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의결문 조정을 통화 긴축 신호로 해석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금리 인하 기조가 종료됐다는 해석에 외국인들도 국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최근 한 달 간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순매도 규모는 2만1269계약(2조2566억원)에 달했다. 10월 한 달간 3만9265계약을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한동안 기준금리 인하로 국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외국인들 역시 국채를 매집해왔지만, 한은의 매파적 신호에 국채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새로 출시된 채권형 공모펀드 수도 줄었다. 운용사 입장에선 내년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이 꺾이다 보니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규로 설정된 채권형 공모펀드는 2023년 71개, 2024년 77개에서 올해 58개로 줄었다.
증권가는 금리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 기존과는 달라진 기류가 확인되면서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며 "채권 금리가 연일 오르면서 주요 국채 금리는 2024년 6∼7월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에는 기관들의 북 클로징(장부 마감) 또는 손절 물량 출회에 따라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기 개선 기대감과 물가 경계심이 맞물리며 금리가 빠르게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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