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개미 8개월 연속 순매도…‘엔캐리 청산’ 우려에 비중 축소

파이낸셜뉴스       2025.12.07 14:23   수정 : 2025.12.07 14: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8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세를 보였지만, 엔화 약세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강화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일본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으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서 2437만달러를 순매도했다.일학개미의 '셀제팬'은 올해 4월부터 이달까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월별 순매도금액은 △4월 1억8104만달러 △5월 454만달러 △6월 6894만달러 △7월 7032만달러 △8월 2억9565만달러 △9월 3억165만달러 △10월 5607만달러 △11월 2억9192만달러 등이다.

닛케이 지수가 올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차익 실현 욕구도 커졌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 10월 31일 종가 기준 5만2411.34를 기록해 저점인 지난 4월 대비 63.88% 급등했다. 하지만 11월 들어 지수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매도세가 한층 거세졌다. 닛케이는 지난달 4일 장중 5만2636.87까지 치솟았다가 18일에는 4만8000선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환차손 부담도 커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 부각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대에서 158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해도 환율 손실을 볼 수 있어 포지션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BOJ가 다시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떠오른 것도 개인투자자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이자 차익을 얻는 전략으로,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포지션의 청산 압력이 커진다. 이는 일본에서 빌린 자금의 상환으로 이어져 글로벌 유동성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 요인이 된다.

실제로 일본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2일 기준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연 3.786%로 한국 30년물(3.183%)과 독일 30년물(3.503%)을 웃돌았다. 연초만 해도 가장 낮았던 일본 장기금리는 2월 한국, 4월 독일을 차례로 추월했다. 10년물 금리도 지난 1일 1.87%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장기금리 상승은 일본채권의 투자 매력을 높이며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미·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빠르게 좁혀지며 엔화 조달 자금이 회수되는 '엔캐리트레이드 종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일본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를 유발하며 국내 개인투자자에게도 간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하더라도 일본 증시의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 52주 이동평균선 상관계수가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하면서 환율과 일본 증시의 직접적 연동성이 약화되고 있어서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과거 수출 중심 구조에서 반도체 장비 등 펀더멘탈 기반 업종의 비중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최근 변동성은 환율보다는 가격 부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조정이 마무리되면 주가는 결국 실적에 다시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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