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머릿수 장사 붕괴할 것"…전통 B2B SW 수익모델 경고등

뉴스1       2025.12.08 07:01   수정 : 2025.12.08 07:01기사원문

구독형 SaaS 비즈니스 모델 붕괴 관련 퍼플렉시티 AI 이미지 생성 요청 이미지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이제 인공지능(AI)이 없는 클라우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AI 네이티브 도구들은 기존 CRM을 대체하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약 25년 간 글로벌 B2B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해 온 '구독형 SaaS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대거 도입해 SW 실제 이용자인 '인력'(Seat) 규모가 줄어들면 인원 수 비례 수익모델(Seat-based Pricing)로 성장한 B2B 빅테크들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8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베세머벤처파트너스(BVP)가 최근 발표한 '2025 스테이트 오브 더 AI 리포트'에 따르면 "전통적인 SaaS의 이용자 수 기반 요금제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돕는 도구였기에 머릿수(의자 수)대로 돈을 받았지만 이제 소프트웨어(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되고 있다"며 "도구를 빌려주는 시대에서 작업 결과물을 파는 '서비스형 서비스'(Service-as-a-Software)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레딧 'SaaS 커뮤니티' 등에선 "AI가 SaaS 가격 전략을 깨뜨리고 있다"며 "기존의 머릿수 기반 가격은 AI 에이전트가 일반적인 근로자로 작용할수록 붕괴하게 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언번들링'(Unbundling·해체) 및 'DIY(Do It Yourself) SW' 트렌드를 가속할 것으로 봤다. DIY SW는 기업에 꼭 필요한 기능만 갖춘 '초경량 AI 앱'을 직접 만들어 쓰는 트렌드를 말한다.

트렌드 배경에는 중국의 딥시크·알리바바 큐원(Qwen) 시리즈 등 오픈소스(오픈웨이트) AI의 약진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모델이 미국 선도모델(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에 근접한 코딩·추론 성능을 무료 혹은 초저가에 제공함에 따라 기업 SW 개발팀이 파인튜닝을 통해 사내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미국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 사례가 대표적이다. 클라르나는 자체 'AI CRM'을 구축해 인건비·마케팅비를 줄이고 세일즈포스와의 계약을 해지해 연간 총 4000만 달러(약 590억 원·세일즈포스 직접적 계약금액은 200만 달러)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CTO도 "과거엔 CRM 기능을 쓰려면 무거운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사야 했지만 이제 오픈소스 모델에 우리 회사 데이터만 얹으면 딱 필요한 기능만 갖춘 초경량 AI 앱을 만들 수 있다"며 "비싼 구독료를 낼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위기감은 주식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CRM(고객관계관리) 1위 세일즈포스와 HR 소프트웨어 강자 워크데이 등의 주가는 올해 들어(미국 테크주 부양 시기임에도) 10%~30%가량 하락했다. ERP(전사적 자원 관리) 대표 빅테크 SAP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SW 도구를 파는 기업들이 당장 붕괴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론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며 "2025년은 SaaS 황금기가 저물고 AI 에이전트 시장이 열린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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