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세상"…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
파이낸셜뉴스
2025.12.08 11:08
수정 : 2025.12.08 11: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꼽혔다. 교수신문은 총 766명의 교수 중 33.94%에 해당하는 260명이 '변동불거'를 선택했다고 8일 밝혔다. '변동불거'는 '주역' 계사전 하편에 나오는 말로,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자연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뿐'이라는 철학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양일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동양철학 교수는 이 사자성어를 추천하며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 여야의 극한 대립, 법정 공방, 고위 인사들의 위선과 배신을 목도했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신냉전, 세계 경제의 혼미, AI 혁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K컬처의 성공과 APEC 개최를 통해 국가 위상이 높아졌지만, 국내외적 불안 요인은 지속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으며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수들 역시 "국내외적 급변 상황을 적시한 말"이라며,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의 도래에 대한 예측과 함께 변화를 대처하기 어려운 미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 50대 인문학 교수는 "대내적으로는 과거의 패러다임과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사회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탈냉전 이후의 일극체제에서 벗어나는 과도기로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현명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산업적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인들이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할 사자성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진행됐으며, 응답 교수들의 연령대는 60대(41.38%)가 가장 많았고, 전공별로는 사회계열(33.68%)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변동불거'와 그 외 사자성어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교수들의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2위는 26.37%(202표)를 얻은 '천명미상(天命靡常)'이 차지했다. 이는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는 의미로, 민심의 귀함과 위정자의 덕을 강조하는 사자성어다. 이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민심에 따라 행동해야 함을 경고하며,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근간이 백성(국민)에게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위는 20.76%(159표)를 얻은 '추지약무(趨之若鶩)'였다. '오리 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닌다'는 뜻으로, 정치적 진영 논리와 단기적 이익을 쫓는 군중심리가 심화되는 '쏠림의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반영했다.
4위 '구밀복검(口蜜腹劍)'은 '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인 상황과 사회 내 분열을 비판하는 의미다.
5위 '강약약강(强弱弱强)'은 8.62%(66표)를 얻었으며, '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하다'는 뜻이다. 이는 힘의 격차가 벌어져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과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을 지적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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