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부 중소기업 지원 성과 단기에 그쳤다"
뉴스1
2025.12.08 12:01
수정 : 2025.12.08 12: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중장기 성장기반 확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의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2% 수준으로 OECD 평균(55%)을 크게 밑돌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정체, 진입·퇴출률 하락, 한계기업 비중 증가(2012년 12.6%→2024년 18.0%)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이 매출·고용 확대 등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는 기여했지만, 생산성·수익성 개선, 설비투자 확대 등 중장기 성장 기반 강화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민간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위축되는 '크라우딩 아웃' 현상, 정상기업의 성과를 저해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도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원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문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매출 중심의 보편지원 구조 △중소기업 지위 유지 유인을 강화하는 '피터팬증후군' △부실기업의 적기 퇴출을 막는 미비한 구조조정 제도 △부처·기관별 유사사업 중복 등으로 생산성 높은 기업을 선별·지원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별하고, 창업–성장–퇴출의 선순환을 통해 경제 역동성을 높이는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기산 한은 거시경제연구팀 과장은 "매출액 등 기준으로 그 이하만 중소기업의 자격이 되는데, 기업이 성장하면 혜택은 줄고, 규제는 많아져 성장하지 않는 유인이 존재하는데, 이를 피터팬증후군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모형분석을 통해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지원 대상과 방식을 조정하면 총생산을 0.4~0.7%까지 높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원 기준을 매출에서 업력으로 전환할 경우 생산성이 높은 초기 기업에 자금이 재배분되면서 총생산이 0.45% 증가했고, 중소기업 성장 회피(피터팬증후군)를 완화하는 효과(0.06%)도 확인됐다.
구조조정 효율성을 미국·일본 수준으로 높일 경우 총생산은 0.23% 늘고 한계기업 비중은 0.23%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과장은 "현재는 구조조정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효율화해 중소기업에 적합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제삼자 구조조정 기구를 도입해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민간과 공공 부문이 공동으로 참여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어 이 부분을 참고하자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 지원 중단이 아닌 지원의 '질'을 높이는 방향의 구조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좀비 기업을 줄이는 건 필요하지만, 회생할 수 있는 기업은 사업 정리나 재편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기업만 적시에 정리하되, 잔존 가치를 최대한 회수해 다른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지, 일괄적으로 쳐내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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