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일 경제연대 드라이브…출발점 'AI·반도체·에너지' 협력
뉴스1
2025.12.08 12:22
수정 : 2025.12.08 12:22기사원문
(제주=뉴스1) 박기호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과 일본 간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발판으로 '한일 경제연대'에 속도를 낸다. 양국이 시급하고 시너지 효과 역시 상당한 분야에서 민간을 중심으로 협력을 시작해 경제연대까지 모색해 보자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
'한일 경제연대' 청사진 최태원, 미래 산업 협력으로 속도
양국 경제계는 공동성명을 통해 AI, 반도체, 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있어서 안정적인 투자환경과 공동망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저출산·인구감소 등 양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교류 기반 확대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최 회장이 올해 초부터 강조하고 있는 '한일 경제연대' 추진을 위한 밑그림으로 풀이된다. 민간 차원에서 양국 경제계가 협력을 도모하면서 판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특히 AI에서의 협력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가 AI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쟁도 가장 치열하게 전개 중이라 최적의 협력 지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AI는 미국과 중국이 투자 금액, 기술력, 인프라, 인력 등에 있어서 확고한 2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기에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여지가 크다. 게다가 양국의 기술력과 제조업 경쟁력을 감안할 때 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 역시 AI 영역을 양국이 협력할 분야로 꼽았다. 유 대표는 "AI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으로 경쟁하기보다 산업화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멀티모달(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기술)로 연결하는 데이터플랫폼을 함께 만들어 AI 에이전트, 피지컬 AI로 발전시키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양국이 AI 반도체 영역에서의 협력도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의 AI 반도체 클러스터 개념으로 함께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질적 성과 필요성…EU 솅겐 조약처럼 '여권 없이 왕래'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처한 위기가 비슷하고 경제 구조 역시 유사하며 지리적인 이점까지 있어 유럽연합(EU)과 같은 형태의 한일 경제연대를 여러 차례 제언했다. 기대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현재 1조 8000억 달러 시장인 한국경제와 4조 2000억 달러 수준인 일본이 손을 잡으면 6조 달러 시장이 될 뿐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7조 달러 시장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한일 경제연대는 아시안 연합(Asian Union) 구축의 첫 단계이며 경제 규모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 회장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면서 한일 경제연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국 경제연대의 실질적 성과를 내보자면서 에너지 공동 구매, 의료 시스템 공유, 여권 없는 왕래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EU 역사를 보면 (구체적인 연대 일정 등을) 완전히 정해놓고 가지는 않았다"며 "언제까지 어떻게 돼야 하는지는 스케줄을 누가 정할 수는 없고 조금 더 (논의가) 갔을 때 '이 정도면 통합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전진을 해야(하고) 양국 국민들이 봤을 때도 '통합하는 것이 내 삶에도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데) 내년부터는 새로 한 살의 각오로 다시 시작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이런 것이 중요하다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구체적으로 행동할 것인가가 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경제인들과 한일 경제 전문가들 역시 최 회장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한일 경제는 기존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다자간 경제협력 체제를 중시하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한일 관계는 지금까지 경쟁 구도에서 협력 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한일 양국은 현시점에선 룰 테이커(Rule Taker)였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력이 쇠약해질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룰 세터(Rule Setter)가 돼야 하는데 양국의 경제 규모, 기술력, 외교 능력 측면에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룰 세터가 되기 위한 출발점으로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CPTPP에 조속히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술력은 일본이 세계 3위권, 한국이 4위권"이라며 "AI 시대에 한일 양국이 (글로벌) 규칙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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